배리어프리영화, 장애인˙비장애인 ‘함께’ 즐기는 영화

배리어프리영화, 장애인˙비장애인 ‘함께’ 즐기는 영화

기사승인 2011-10-31 14:17:01

[쿠키 영화]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의 설립 의의와 추진방향 등에 대해 발표하는 배리어프리 영화 심포지엄 기자회견이 31일 오전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KOFA 1관에서 열렸다.

배리어프리(Barrier-free)영화는 한글자막과 상황을 설명해주는 음성해설을 넣어 시청각장애인들이 영화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게 만들어진 영화다. 장애인들을 위해 제작된 영화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배리어프리 영화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게 제작된 영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배리어프리영화 설립 추진위원회 이은경 대표이사와 일본의 히가시 요이치 감독, 야마가미 데츠지로 감독, 오오고치 나오유키와 영화 ‘블라인드’의 안상훈 감독, 영화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의 오성윤 감독 등이 참석했다.

이은경 대표이사는 “배리어프리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약자들이 가진 심리적 장벽을 없애나가자는 뜻이다. 기존에 있는 것들에 대한 장벽을 없애면서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청각장애인들이 볼 수 있는 음성해설 가이드나 자막을 넣는 것 외에 처음부터 이를 염두 한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 장애인들의 모습을 그린 ‘달팽이의 별’이라는 한국 다큐멘터리 역시 배리어프리영화로 제작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또 “아이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많이 만들고 싶다. 아이들은 문화나 영상 등을 공유하고 자라는 것이 중요하기에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 위주로 배리어프리영화를 만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배리어프리영화 연구위원회 부위원장이자 일본 시그로 영화사 대표인 야마가미 데츠지로는 “배리어프리영화에 7년 전인 2004년부터 관심을 갖게 됐다. 처음 배리어프리영화를 봤을 때는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그 이유를 알고 보니 이 작업을 하는 분들이 감독이나 프로듀서의 의도를 손상하지 않도록 소극적 입장에서 만들기 때문이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더 적극적으로 신경을 써 만들면 보다 나은 배리어프리영화가 탄생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실제 4세 때 시력을 잃은 오오고치 나오유키 도쿄대학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 특임연구원은 “야마가미 씨는 처음 배리어프리영화를 봤을 때 재미없다고 말했는데 장애를 가진 입장에서 그것마저도 매우 재밌었다”면서 “배리어프리라는 것은 단순하게 장애인을 위해 계단을 없애고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도 배리어프리영화로 다시 제작돼 관객을 만난다. 오 감독은 배리어프리 작업을 하며 느낀 어려움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감동의 포인트를 동시에 주는 것”을 꼽았다.

그는 “그림의 형태로 현실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림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다. 일종의 타협점을 찾았는데 어린이들이 주요 관객이라고 생각하고 재밌고 친절하게 설명하자는 것이었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보는 것. 즉 감동의 포인트를 같게 하기 위해 같이 감정을 느끼는 포인트 지점은 그대로 두고, 다른 부분은 어순을 바꾸는 편집을 통해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 배리어프리영화의 영광을 안은 영화 ‘블라인드’의 안상훈 감독은 “첫 배리어프리영화가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전한 뒤 “‘블라인드’는 장르영화다 보니 사운드 효과를 유기적으로 화면 해설과 맞춰 작업해야 했다. 또 일부 음악 중 시각장애인들도 사운드만 들었으면 좋겠다고 한 부분은 설명 없이 여백만 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양익준 감독은 “현재 시청각장애인이 50만 명 정도라고 들었다. 배리어프리영화 작업들이 계속 이뤄져 그분들과 더불어 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한다”며 “한국 사회가 너무 바쁘다 보니 앞과 위만 보고 달려간다. 우리가 많이 놓치는 것들에 대해 사회적으로 여유로움을 갖고 주변을 둘러보길 바란다. 배리어프리영화에도 많은 관심 가져달라”고 부탁의 말을 남겼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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