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SBS 개그프로그램 ‘웃찾사’ 종영 이후 1년여 만에 새 프로그램 ‘개그투나잇’이 부활한다. 그 사이 SBS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한때 개그 프로그램은 방송 3사를 장악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KBS ‘개그 콘서트’를 비롯해 SBS ‘웃찾사’, MBC ‘개그야’ ‘하땅사’ 등 각 방송사마다 개그 프로그램을 내세워 시청률 경쟁에 나섰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저조한 시청률을 이유로 하나둘씩 폐지되더니 결국 ‘개그 콘서트’만 남아 이름을 이어갔다.
그런가 싶더니 반갑게도 SBS에서 새 개그프로그램 ‘개그투나잇’을 탄생시켰다. ‘개그투나잇’은 뉴스 쇼 형식의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사회성 있는 풍자와 코미디를 녹아내 대중으로부터 공감과 사회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목표를 가진다.
‘개그투나잇’의 책임 프로듀서인 이창태 CP에게 이 프로그램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들어봤다. 이 CP는 “‘웃찾사’가 폐지되고 한 개그맨에게 편지를 받았다. 우리가 설 자리를 지켜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폐지가 결정 난 상태였고 ‘수고했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새 프로그램을 준비하는데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 세월이 그냥 흘러간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기간 동안 개그맨들은 수시로 연락을 해왔고 우리에게는 무언의 큰 부담이었다. 코미디 하나만을 위해, 개그맨이라는 꿈을 이루고자 달려온 사람들인데 그 사람의 무대가 없어졌다는 것에 CP로서 책임감을 느꼈다. 그때부터 다시 (개그 프로그램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올 2월에 회사로부터 하라는 허락을 받았다”고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SBS는 ‘개그투나잇’을 위해 약 1억 원 정도의 예산을 집행했다.
이어 “2004년과 2005년, 제가 ‘웃찾사’를 맡았을 때 시청률이 3%로 떨어졌다. 회사는 5년 동안 해마다 20억씩 100억 가까운 돈을 코미디에 투자했다. 그럼에도 시청률이 현저히 떨어지자 버틸 수 없었다. 특히 작년에는 적자가 우려되는 힘든 상황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폐지를 결심했다”고 당시 ‘웃찾사’를 폐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혔다.
1년 만에 새롭게 시작하는 개그프로그램인 만큼 부담도 컸다. 그는 “회사에 1년 동안 시간을 갖고 프로그램을 지켜봐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 개그프로그램이 생겨나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코미디 프로그램은 실패의 가능성이 큰 장르다. 물론 한번 성공하면 KBS ‘개그콘서트’처럼 10년씩 갈 수 있는 특징도 있지만 그만큼 성공하기 어렵다. 하지만 어렵다고 해서 우리가 안 하기 시작하면 그만큼 시청자가 선택하는 폭이 줄어드는 것이다. 또 개그를 지망하는 사람들과 현 개그맨들을 생각할 때 단순히 개인의 역량문제와 프로그램의 경쟁력 문제만으로 둘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지상파가 가지는 사회적 책무다.”
하지만 노력 없이 사회적 책무에만 편승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이 CP는 “죽을힘을 다해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개그투나잇’이라는 이름 아래 모여 있는 개그맨이 100명이 넘는다. 이 프로그램에 그 사람들의 인생이 달려 있다. 회사에 1년이라는 시간을 달라고 요청한 것처럼 시청자도 애정을 갖고 지켜봐 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또 “무관심이 가장 무섭다”며 “못 하면 질책을 해 달라. 좋은 방향으로 고쳐 나아가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재 방송 편성이 밤 12시로 돼 있다. 하지만 시청률이 7% 이상 나오면 평일 시간대로 옮길 예정이다. 올해 안에 옮길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개그투나잇’은 오는 5일 첫 방송 된다. 박준형과 강성범이 MC로 나서며, 김재우와 황영진, 정현수, 김현정, 이동엽, 홍윤화, 정만호 등이 출연한다.
한 주간의 뉴스를 재해석해 선보이는 ‘한줄 뉴스’와 황당한 적반하장 상황을 코믹하게 풀어내는 ‘적반하장’, 자아도취에 빠진 여자가 사회고위층에게 응징을 가하는 ‘더 레드’, 비슷한 단어의 차이점을 코믹하게 풀어내는 ‘우리말 차이점’, 중국관광객들의 좌충우돌 한국 여행기를 코믹하게 그리는 ‘하오&차오’ 등의 코너로 구성됐다. ‘개그투나잇’이 새로운 코미디의 지평을 열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