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산 채로 태워 버리기도 한다.”
2012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2) 공동개최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에서 동물들을 상대로 잔인한 ‘도시정비’ 작업이 자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미국 CBS뉴스는 우크라이나의 일부 지역에서 유로2012 준비 차원으로 사용이 금지된 약물을 이용해 마을을 돌아다니는 개와 고양이들을 죽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이에 각국 동물보호단체들의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소시지 등 음식물로 유인해 약물을 먹도록 하거나 주사기 총(syringe gun)을 이용, 주입하는 방법이 이용된다. 디틸린(ditiline)이란 이름의 이 약물이 주입되면 개와 고양이는 엄청난 고통 속에서 호흡기능이 서서히 마비되면서 죽어간다.
우크라이나 동물보호협회 아샤 세르핀스카는 “경기가 열리는 도시 당국의 비공식적인 명령이 있었을 것”이라며 “유기견, 유기묘(猫)라고 무조건 해외 방문객들을 물기라도 한단 말이냐”며 비난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는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유기견들이 매우 많다. 유로2012 경기가 열리는 키예프에서는 지난해 약 3000명, 카르키프에서는 약 1900명이 유기견에게 물려 부상을 당했다.
러시아 뉴스전문채널 RT는 지난달 우크라이나에서 생포된 개와 고양이들이 산채로 불태워지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 채널은 우크라이나에서 유로2012 준비를 위해 각 도시 당국에서 파견된 사람들이 이동식 소각로를 가지고 다니며 생포한 동물을 산채로 태워 버리고 있다는 의혹이 나와 동물보호단체가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각국 동물보호단체의 비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동물보호단체인 네이처와치(Naturewatch)는 “야만적”이라고 비난하며 우크라이나의 개최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사랑실천협회 역시 최근 홈페이지에 관련 소식을 전하고 이미 개설된 청원사이트, 관련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을 게시하며 서명과 항의를 독려하고 있다.
관련 당국은 이런 의혹들을 부인하고 있다.
도네츠크주 담당자인 올레크산드 레인골드는 “일평균 20마리 정도의 개를 생포하고 있으며, 30% 가량을 안락사시키고 나머지는 보호소에서 생활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로2012는 6월 8일부터 우크라이나와 폴란드에서 공동개최된다.
과거엔 사람에게 가해진 ‘허용된 폭력’
국제대회를 앞두고 정부와 지방지치단체의 과도한 도시정비가 세계적 공분을 산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올림픽과 월드컵 등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대회에서는 도시의 빈민촌을 철거하고 소수민족을 탄압하는 등 동물 뿐 아니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유린이 공공연하게 벌어졌다.
가장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우리나라다. 서울시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 준비를 위한 대규모 도시정비를 실시했다. 아시안게임 전까지 71개 지구, 올림픽 전까지 22개 지구 등 모두 93개 지구(42만6490㎡)가 재개발됐다. 약 72만명의 삶터였던 건물 4만8000채가 재개발됐으나 이들 중 약 90%는 살 집을 제공받지 못하고 강제 퇴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과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도 판자촌을 철거하거나 무주택자를 체포했으며 소수민족을 이주시키거나 추방하는 차별이 이어졌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최고조에 달해 중국 정부는 대회전까지 도시정비와 소수민족 시위 탄압 과정에서 약 500만 명에게 폭력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최근 국제대회인 2010년 월드컵을 개최한 남아공은 대회 개막을 3개월 앞두고 요하네스버그에서 갓난아이를 업고 구걸하는 여성과 맹인 거지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거나 더반에서 거리의 아이들 400여 명을 수용소에 가둬 국제 인권단체들의 비난을 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김철오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