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12월이 되면 손꼽아 기다리는 날 중 하나인 크리스마스. 길가에는 캐럴이 퍼져 나오고 화려한 트리와 조명등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옴을 일찌감치 알린다. 사랑하는 가족 혹은 연인, 친구들과 함께하는 따뜻한 크리스마스.
그러나 북한은 세계에서 크리스마스를 모르는 몇 나라 중 한 곳이다. 영화 ‘량강도 아이들’은 여기서 시작한다. 크리스마스를 모르는 북한의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의 행복을 전하는 것.
가난한 시골 마을 량강도에는 홀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종수, 종성 형제가 있다. 인민학교 4학년인 종수는 평양에 가보는 것이 꿈이지만, 행세가 누추하다는 이유로 교장은 종수를 평양에 못 가게 한다. 평양에 온 외신기자들 눈에 띄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종수의 꿈은 좌절됐지만 평양에 가는 것보다 더 귀한 것을 얻는다. 바로 남한에서 북한으로 날려 보낸 산타의 애드벌룬이다. 이 안에는 산타 옷과 로봇이 담겨 있다. 모자에 불까지 들어오는 산타 옷과 로봇은 북한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 종수는 단번에 아이들 사이에서 스타가 된다.
어른스러운 종수는 영양실조로 입원 중인 동생 종성에게 로봇을 주고, 동생의 건강회복을 위해 애쓴다. 하지만 종성은 평양까지 갈 자동차의 기름이 없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종수는 로봇을 이용해 기름을 구하려 동분서주한다.
영화는 북한 아이들의 삶을 과장 없이 보여준다. 로봇을 가지려고 밥 먹기를 거부하며 부모에게 떼쓰는 아이들의 모습과 유치한 자존심 싸움 등 소소한 일상을 전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또 종수가 하나뿐인 동생 종성이를 낫게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코끝을 찡하게 한다.
특히 아픈 종성에게 크리스마스를 느끼게 해주기 위해 또래 친구들을 모아 눈 오는 풍경을 연출하고 목각 로봇을 선물하려는 장면과, 하나뿐인 초콜릿을 서로에게 양보하는 형제의 모습은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량강도 아이들’은 사회적 억압과 경제적 궁핍함 속에서도 순박한 아이들의 모습과 희망을 그려내며 관객을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이끈다. 내용에 관객들을 자극할 포인트가 없어 다소 촌스럽고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이것이 영화가 갖는 매력이다.
‘동해물과 백두산이’의 김동현 제작자와 북한 출신의 정성산, 김성훈 감독이 만나 완성됐으며 영월군 폐광촌을 세트부지로 리모델링해 북한 마을의 모습을 재현했다. 북한 사투리는 실제 북한출신의 교사에게 훈련받았으며 율동, 노래 모두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
‘량강도 아이들’은 7년에 걸쳐 제작됐다. 초등학생 때 캐스팅된 주, 조연급 배우들은 7년이라는 세월을 보내며 어느덧 대학 1학년과 고3이 된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영화는 오는 17일 개봉하며 전체관람가다. 상영시간은 95분.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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