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인터뷰] 강렬함과 부드러움의 이중주…김다현의 매력 들여다보기

[Ki-Z 인터뷰] 강렬함과 부드러움의 이중주…김다현의 매력 들여다보기

기사승인 2011-11-19 13:05:01

[쿠키 연예] 사극 ‘무사 백동수’에서는 묘한 미소를 흘리는 김홍도로 등장하더니 연극 ‘연애시대’에서는 이혼한 전 아내와의 뒤늦은 사랑 줄다리기를 하느라 바쁘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작 뮤지컬 무대에서 보여준 놀라운 카리스마와 연기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래서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커가는 배우다. 브라운과 스크린, 무대를 오가며 쉴 새 없이 연기 스펙트럼을 쌓아가는 김다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공연되고 있는 그의 첫 연극 데뷔작 ‘연애시대’는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공연장은 빈 좌석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호황을 누리고 있고, 공연에 대한 만족도는 여느 연극에서 만나기 어려운 수준을 자랑한다.
이 연극은 드라마 보다 1998년 발표된 노자와 하사시의 원작 소설에 훨씬 더 가까운 편인데, 이혼 후에도 사랑의 끈을 놓지 못하는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린 멜로를 그린 작품이다. 드라마와는 달리 연극은 로맨스와 코믹함, 감동 등 겸비한 다양한 색깔을 만날 수 있다. 극중 리이치로 역을 맡은 김다현은 헤어질 수밖에 없었고 또다시 만날 수밖에 없었던 한 남편의 복잡한 심리를 밀도 있게 표현해 내며 호평을 얻고 있다.

“처음에는 부담감이 좀 있었어요. 드라마로는 16부작이었는데 연극에서는 2시간으로 줄어들었으니까요. 다행히 소극장 무대는 작은 뮤지컬을 해봐서 익숙해요. 공연장이 크건 작건 무대에서 관객과 호흡하는 건 똑같죠. 중요한 건 2시간 내내 호흡을 잡고 가면 관객이 지치기 때문에 흐름에 따라 풀어줄 때 풀어줘야 한다는 점이에요. 음악적인 스펙터클한 증폭이나 무대 매커니즘 등 화려함은 없지만 그 안의 작은 호흡들, 작은 대사들이 어떻게 전달되느냐에 따라서 달라져요.”

뮤지컬 무대에서 승승장구하며 TV와 영화까지 활동 범위를 넓혀 인기와 대중성을 동시에 잡아 가던 터라 그의 연극 출연은 예상치 못한 선택이었다. 그는 “뮤지컬에서 주로 대작에 출연한 것은 사실이지만 평소 ‘연극을 한번 해봐야겠다’는 거창을 하진 않았다”며 “똑같은 무대라고 생각했고, 빨리 관객과 만나고 싶었다. ‘연애시대’가 따뜻하게 다가왔고 공감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소극장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은 표정 하나하나 확인이 가능한 관객 앞에서 내 감정을 표현하고 연기를 보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해진 노래와 춤에 맞춰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과는 달리 연극은 현장에서 만들어 가는 요소가 컸다. 김다현은 “충분히 연습을 하고 무대를 올라가지만 관객과 만들어 가는 것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소극장이라 더 친밀히 느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연극의 묘미. 관객 중 한명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고 배우와 간단한 인사를 주고 받는 장면이 있다. 대부분이 잔뜩 긴장을 하고 자세를 가다듬는 관객의 모습에 웃음이 나올 뻔한 일도 많았다.

“반응이 좋아 예정보다 2개월을 늘려 연장 공연에 돌입했어요. 장기 공연은 체력 바닥나거나 계속되는 반복에 딜레마에 빠지게 되기 마련인데, 연극은 관객에게 힘을 얻게 되는 것 같아요. 매번 에너지와 카타르시스를 느끼죠. ‘빵’ 터졌을 때나 눈물을 닦는 모습에 희열과 보람을 느껴요. 무대를 끝내고 내려오면 ‘역시, 이래서 하는구나’ 하죠. 연극의 매력에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겠어요?”

김다현의 본명은 김세현. 철학 공부를 하는 지인의 권유로 김다현이라는 이름을 만나게 됐는데 첫 느낌이 좋았단다.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게 된 시점부터 김다현이라는 이름을 쓰게 됐다. ‘세상에 크게 나타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갑자기 최근 사주를 봤던 에피소드를 꺼낸다. ‘심지가 강하게 불타고 있으니, 석유만 부으면 된다’는 내용이 사주로 나왔다. “태생이 강하게 태어났다고, 소신을 가지고 지금처럼만 한다면 어느 순간부터 활활 타오를 거래요”라고 말하는 그의 눈빛은 마치 불이 붙기 직전의 윤활유처럼 반짝인다.

최근 SBS 드라마 ‘무사 백동수’에 출연했던 김다현은 진중한 캐릭터를 도맡아왔던 기존과는 달리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장난기 넘치는 모습의 색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극중 조선시대 화가인 단원 김홍도 역을 연기한 김다현은 전혀 새로운 캐릭터로 살아나며 극의 재미를 더했다.

“어떻게 하면 김홍도가 돋보일까, 어필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새롭게 재탄생시키고 싶었고, 극에서 튀지 않으면서도 잘 묻어갈 수 있길 바랐죠. 전반적인 내용이 어두워서 나까지 진지하게 가면 안 되겠다 싶어 일부러 많이 웃었는데 반응이 좋았던 것 같아요. 나만의 김홍도를 시청자들에게 심어준 것 같아 보람을 느꼈어요.”

유쾌하고 사랑스러우며 재미있고 발랄했던 김다현 만의 김홍도는 시청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큰 반응을 이끌어냈다. 촬영장에 모여든 초등학생들은 ‘그림 그리는 김홍도다!’라며 그에게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대중들에게 한 걸음 가까워진 것 같아 기쁘다”는 김다현은 “드라마를 통해 미술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뀌었다”고 의외의 말을 털어 놓는다.

“김홍도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어요. 예전에는 그림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미술에 대해 알고 그림을 보면 너무나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더라고요. 왜 그림에 세 명이 있고, 서당에서 애들을 가르치고 있는지, 얘는 왜 웃고 있으며 쟤는 왜 누워 있는지. 너무 신기했어요. 미술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으신 후 그림들을 접한다면 전혀 다르게 다가올 거예요.”

김다현이 꼭 하고 싶은 연기는 멜로다. 그것도 가슴 아프고 코 끝이 찡한. 그래서인지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로 SBS ‘천일의 약속’을 꼽는다. 그는 “역시 김수현 작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토리를 처음부터 모두 오픈했는데도, 질질 끌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전개해가는 능력이 정말 탁월하다”라고 극찬하며 “정통 멜로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사랑에 푹 빠진 연기를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성격을 물었더니 “평상시에는 유하지만, 날카로운 날은 항상 서 있다”라며 “상당히 예민하고 낯을 가렸는데, 요즘에는 많이 나아졌다. 예전에는 가만히 있어도 화난 줄 아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한다. 연기했던 캐릭터 중 자신과 가장 닮아 있는 인물을 꼽으라는 말에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는 “거의 다 닮았던 것 같은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헤드윅’ ‘라디오 스타’ ‘돈주앙’ 등이 가장 즐겁게 연기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룹 ‘야다’로 데뷔한 그는 아직도 음악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갖고 있다. 자신이 작곡한 곡이 이번 ‘연애시대’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틈틈이 곡 작업을 하고 있지만 다시 가수로 활동할 계획은 없다. 그는 “음악을 본격적으로 다시 할 가능성은 적지만, 평생 함께 갈 친구인 것은 맞다”며 “지금 곡 작업을 계속하고 있고, 라이브 콘서트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싶은 생각도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내 음악적 색깔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5년간의 가수 활동 그리고 10년 여 간 보여 온 연기자로서의 행보는 꽤 길게 느껴지지만 김다현에게서는 아직도 패기와 열정으로 똘똘 뭉친 뜨겁고도 묵직한 에너지가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다. 강렬한 눈빛과 부드러운 미소를 오가는 그의 매력은 매번 새롭게 그려지는 그림 작품과 닮아 있다. 브라운관에서 혹은 무대에서 스크린에서 김다현이 보여 줄 또 다른 그림이 기대되는 이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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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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