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시신 곁에서 이틀 보낸 두 아이에게, ‘인증샷’ 행렬 이어진다는데…

엄마 시신 곁에서 이틀 보낸 두 아이에게, ‘인증샷’ 행렬 이어진다는데…

기사승인 2011-11-20 19:15:00

[쿠키 사회] “나도 ‘대세’ 동참.”

젊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대세’라는 표현은 흔히 아이돌 그룹과 같은 인기 연예인을 의미할 때 쓰인다. 인기를 모으는 특정 연예인을 지칭해 “요즘은 OOO가 ‘대세’ 아닌가요”라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또다른 ‘대세’가 등장했다. 이들에겐 화려한 연예인이 아니라, 엄마의 시신 곁에서 이틀을 보내야 했던 두 아이를 향한 따뜻한 손길이 ‘대세’다.

지난 10일 쌍용자동차 희망퇴직자 차모(40)씨의 아내 오모(41)씨가 남편이 지방으로 일자리를 구하러 간 사이 급사한 사실이 알려졌다. 차씨는 쌍용차 파업 이후 희망퇴직한 뒤 전국을 다니면서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해 왔으며, ‘엄마가 이틀 동안 일어나지 않는다’는 아이들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고 집으로 돌아와 숨져있는 아내를 발견했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인 딸과 6세 아들은 엄마의 시신 곁에서 이틀을 보낸 것이다.

이같은 사연이 언론 등을 통해 전해지며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조의금 인증샷’ 릴레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차씨 가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계좌번호가 알려졌고,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자 조의금을 보내준 네티즌들이 계좌이체 화면을 캡처 형식으로 올리고 있는 것이다.

소식이 전해진 직후 저마다 1만~5만원씩 돈을 보내 준 인증샷 행렬은 현재까지 수백건에 이를 정도다. 한 네티즌(할**)은 “도대체 이 ‘대세’는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라며 예상 이상의 열렬한 분위기에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오늘 받은 야근비의 절반을 보냅니다” “나도 두 아이의 아버지다. 먹먹한 가슴을 달랠 길 없어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자 한다” “남은 가족의 앞날에 희망이 있기를” 등 응원도 함께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네티즌들이 아예 ‘받는 통장 표시 내용’란에 “힘내세요” “함께 살아요” 등의 메시지를 찍어서 조의금을 보내주고 있는 모습은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색다른 광경이다.

‘인증샷’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네티즌들 사이에서 특정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적극적 동참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당시 트위터에 선거를 했다는 네티즌들의 인증샷 물결이 이어졌고, 연예인 등 유명인까지 가세하며 하나의 새로운 사회적 현상이 돼버렸다.

차씨는 2009년 사측의 전환배치로 도장1팀 타이어숍에서 근무하던 중 소위 ‘죽은 자’로 분류돼 77일간 파업을 한 끝에 희망퇴직했다.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이후 차씨 가족은 평택을 떠나 원주에서 생활해 왔고, 차씨는 천안 등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며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가족과 만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차씨의 아내 오씨의 죽음은 쌍용차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 이후 밝혀진 19번째 죽음이며, 오씨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10일은 공교롭게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가 노사합의로 사실상 철회된 날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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