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는 방송 기술사고…‘강호동 야쿠자’ 무리수까지
‘김연아 앵커’ 등 과장 홍보 지나쳐 ‘비판 일색’
[쿠키 연예]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과락 일색이었다. 12월 1일 일제히 출격한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는 방술 기술 사고와 시청률 올리기 위한 자극적인 보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며 명예롭지 못한 첫 발을 디뎠다. 또한 염려했던 태생적 문제점이 그대로 수면으로 드러나며 화려하고 야심찬 출발은 곧 암담한 현실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종편의 성패는 시청자의 눈길을 끌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이냐에 달려 있었지만,
신선하고 획기적인 프로그램보다 기본과 상도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이 우선이 됐다. 지상파 채널에 인접한 황금 번호를 따내며 특혜 의혹까지 제기됐지만 준비되지 않은 졸속 개국으로 결국 지상파 애국가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시청률을 올리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을 속설을 입증했다. 여기에 가장 기본적인 방송 기술의 문제까지 얹어져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을 떠안게 됐다.
저조한 시청률은 언제까지…‘홍보 무색’
종편 4개사인 JTBC, TV조선, 채널A, MBN이 1일 일제 개국했지만 시청률 성적표는 그리 만족할 만한 수치를 나태내고 있지 않다. 종편은 자사의 신문 지면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쳤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시청률 조사업체 AGB닐슨미디어리서치가 1일 종편 4사의 시청률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JTBC NEWS 10’이 유일하게 시청률 1.215%를 기록하며 1%를 넘어섰고 나머지 프로그램은 전부 1% 미만이었다. 보통 가장 낮은 시청률을 일컫는 지상파의 ‘애국가 시청률’인 3%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2일차에도 시청률은 여전히 저조했다. 종편 4사의 전국 평균 시청률은 JTBC 0.648%, MBN 0.403%, TV조선 0.327%, 채널A 0.293%를 기록했다. 여전히 1%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기록이다. 유일하게 오후 8시 58분에 방송된 JTBC 개국특집다큐멘터리 ‘TBC 트로이카’가 시청률 1.244%를 기록하며 겨우 체면을 챙겼다. ‘TBC 트로이카’는 7,80년대 3대 트로이카였던 정윤희와 유지인, 장미희의 화려했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측은 “지상파 프로그램 시청률을 조사할 때와 마찬가지로 피플미터가 설치된 전국 3134가구를 대상으로 같은 방식으로 집계했다”고 밝혔다. 케이블. 스카이라이프. IPTV 등 유료방송가구 시청률을 별도 집계한 결과에서도 ‘JTBC NEWS10’만 1.306%로 1%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더욱이 재방송 비율이 높기 때문에 당분간 평균 시청률 변화는 크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청률이 예상치를 크게 밑돔에 따라 종편 광고 단가 책정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종편 4사는 지상파 대비 70% 수준의 광고 단가를 요구해왔으나, 터무니없는 시청률을 기록해 앞으로 기업들과의 마찰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잇따른 방송 기술 사고…졸속 개국의 결과?
기술적인 문제도 많아 첫 날부터 방송 사고가 속출했다. 종편 4개사에서 동시 방송한 기념식 첫 화면부터 영상이 끊기는 현상이 일어났고, 이명박 대통령의 축사의 일부는 음성이 나가지 않았다. 프로그램 진행자들 또한 매끄러운 진행을 하지 못하고 서로 호흡이 맞지 않아 한 동안 침묵을 지키는 등 자질 논란까지 일었다.
TV조선은 개국 축하쇼에 앞서 ‘안녕하십니까. TV조선입니다. 출발! 세상에 없던 TV’를 방송하면서 약 10분간 화면의 절반이 위아래로 분할되는 대형 사고를 냈다. TV조선은 “본 방송국 사정으로 화면이 고르지 못합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라는 사과 자막을 올렸다.
JTBC는 박근혜 전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오디오 녹음장치를 켜지 않아 재녹화를 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했고, 채널A 등 다른 종편도 화면이 끊기거나 갑자기 엉뚱한 화면으로 전환됐고, 화면과 소리가 따로 나오는 등의 방송 사고를 냈다.
이에 시청자들은 “우리집 TV가 잘못된 줄 알았다” “지금이 시험방송 기간이냐” “요란한 광고에 기대했는데 실망이다”라며 황당해했다. 앞서 뉴스전문채널이 YTN이 개국 전 6개월 간의 시험 기간을 거쳤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국 종편이 준비 없는 졸속 개국으로 일어난 당연한 결과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당분간 송출 시스템의 안정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김연아·강호동은 왜?…‘무리수’ 결국 도마 위에
종편사들은 개국 전 열띤 홍보전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1일자 신문에 ‘9시 뉴스 앵커 김연아입니다’라는 박스 기사를 내보내 마치 김연아가 뉴스 진행을 맡은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김연아의 소속사인 올댓스포츠는 보도자료를 통해 “TV조선과 JTBC에서 방송될 인터뷰를 앵커라는 콘셉트로 김연아가 짧게 소개하는 정도였을 뿐이지 정식 뉴스 앵커로 기용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채널A는 잠정적 은퇴를 선언하고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방송인 강호동에게 난데없는 ‘야쿠자 연루설’을 제기했다. 뉴스에서는 1988년 강호동이 고교 씨름선수 시절 일본 야쿠자와 국내 폭력조직 칠성파의 결연식 행사에 참석했다며 가십성으로 보도한 것.
채널A는 1일 밤 8시 뉴스와 2일 오전 뉴스를 통해 “강호동이 23년 전 야쿠자와 한국 조폭 간의 모임에 참석했다”며 단독으로 입수한 당시 영상을 공개했다. 일본 오사카에서 23년 전 열린 야쿠자 두목 가네야마 고사부로(한국명 김재학)와 부산 최대 폭력조직인 칠성파 두목 이강환(당시 씨름협회 부회장)의 혈연식에 강호동이 참석한 장면이다.
방송은 강호동을 두고 “강호동이 당시 서열이 낮아 긴장한 듯 보였다” 등의 설명을 해 마치 강호동이 야쿠자의 일원임을 확실시 하는 입장을 보였다. 현재 잠정 은퇴를 선언하고 활동을 중단한 강호동은 이같은 보도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악의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강호동 측은 23년 전에 고등학생이던 강호동씨가 일본에서 개최된 교포위문 천하장사 씨름대회에 나갔다가 운동관계자들에게 불려나간 것뿐이라며 당시 씨름 최고 기대주였고 다음해 천하장사로 등극한 강호동씨가 야쿠자가 되기 위해 그런 자리에 갔겠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야쿠자 같다는 식으로 교묘하게 편집해 선정적으로 보도한 악의적인 뉴스에 강호동씨가 큰 상처를 받았다고 전했다.
“채널 돌릴 때마다 박근혜가…” 첫 날부터 정치색 논란
“박근혜 전 대표 없었으면 어떻게 프로그램 채우려고 했었나”
보수 편향의 여론독과점에 대한 태생적인 우려는 결국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개국 첫날, 종편의 특별 게스트는 여권 유력 대선후보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였다. 이들은 박 전 대표와의 인터뷰를 30~1시간씩 편성, 보도하며 정치 계획은 물론 사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를 내보냈다.
박 대표의 인터뷰는 신변잡기나 기존의 알려진 정치 계회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박 전 대표는 신당을 창당할 뜻이 있느냐는 물음에 “확실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소개팅에서 만났다면 어땠을 것 같느냐는 질문에 “참 인상 좋은 분이어서 소개팅 잘 나왔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TV조선은 박 전 대표와의 인터뷰 방송 중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자막을 내보내, 온라인 게시판과 SNS를 통해 캡쳐 사진이 빠르게 퍼지며 빈축을 사고 있다. 한 누리꾼은 “박근혜가 유력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이지만, 종편을 틀 때마다 박근혜가 등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보인다. 공정성과 공공성의 원칙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종편이 동시 개국한 1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안에서는 종편 축하쇼가, 밖에서는 종편 청문회를 요구하는 시위가 열리는 아이러니한 풍경이 연출됐었다. 종편 개국을 반대하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소속 언론인들과 행사 관계자들이 입구에서 실랑이를 벌어지기도 했다. 축하쇼와 규탄 시위가 공존했던 종편의 수난은 방송 자질 논란까지 휩싸여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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