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지난 9월, 120부작의 긴 항해를 시작한 MBC 일일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이 어느새 중반에 다다르고 있다. ‘거침없이 하이킥’과 ‘지붕뚫고 하이킥’에 이은 세 번째 시리즈 하이킥3는 제작 초기부터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고 빠른 이야기 전개와 개성 강한 캐릭터로 첫 방송에서 12.4%(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려한 출발을 시작했다.
하이킥 시리즈는 국내에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은 것에 이어 일본에서도 한국 시트콤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시즌 1, 2를 통해 엄청난 스타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이순재와 나문희, 정보석은 기존의 진중한 이미지를 벗고 코믹한 연기력을 펼치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고, 출연 당시 신인이었던 신세경과 최다니엘, 정일우, 황정음, 윤시윤 등은 단번에 스타덤에 올라 주연급 배우로 성장했다. 국민 시트콤 드라마로 자리 잡은 만큼 이번 ‘하이킥3’ 역시 높은 인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었다.
시트콤의 대가 김병욱 감독이 제작한 ‘하이킥3’는 권위가 떨어진 가장과 돈 없고 빽 없는 우울한 청년 등 세상의 패자들이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린 내용이다. 시리즈 전작인 ‘거침없이 하이킥’과 ‘지붕뚫고 하이킥’이 50회를 이후로 시청률이 20%대를 돌파하며 인기를 끌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하이킥3’의 반응은 생각보다 뜨겁지 않다. 10% 초반대의 시청률을 올리며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지만 여느 때보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로 많은 배우들이 집중 조명되고 있다.
‘하이킥3’의 최대 수혜자는 여성 4인방이다. 그중 돈 없고 빽도 없고 빚만 많은 청년 백수로 출연하는 백진희는 귀엽고 엉뚱한 매력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각종 알바와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는 대학 졸업반인 백진희는 우연히 범죄현장을 목격하는 바람에 조폭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이 때문에 회사 인턴자리에서도 잘리고 고시원에서도 쫓겨난다. 이후 학교선배 하선네로 기어들어가 얹혀살고, 늘 돈이 없어 스트레스에 허덕이지만 밝고 씩씩하게 지낸다. 백진희는 웃기고 망가지면서도 88만 원 세대의 애환을 담은 리얼한 연기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데, 뚜렷한 캐릭터 설정과 뛰어난 연기력이 빚어낸 결과다.
걸그룹 에프엑스의 크리스탈은 극중 안내상의 딸 안수정으로 분해 개성 강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극중 미국에서 유학하던 중 방학에 용돈 타러 왔다가 집이 망해 주저앉았다. 신경질적이고 자기의 관심 분야 외에는 주위가 산만하다. 오빠로 함께 출연 중인 이종석과 극중 티격태격하면서 집안에 크고 작은 전쟁을 일으키며 웃음을 선사한다. 다소 못돼 보이는 이기적인 면모 때문에 비호감 캐릭터로 자리 잡았지만, 연기력만큼은 기대 이상이라는 평을 얻어 향후 연기자로서의 큰 가능성을 열어 놓게 됐다. ‘하이킥3’의 최대 유행어 ‘뿌잉뿌잉’을 탄생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박하선은 잔뜩 긴장하고 어리바리한 모습으로 예능 프로그램 ‘강심장’에 출연했던 것이 ‘하이킥3’의 출연 계기가 됐다. 김병욱 PD는 ‘강심장’에 출연한 박하선을 보고 매력을 발견했고, 신세경 대신 ‘하이킥2’에 캐스팅하려던 계획이 무산되자 이번 ‘하이킥3’에서 아예 박하선을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짰을 정도다. 극중 허당이면서 천사 같은 면모를 지닌 고등학교 교사로 출연 중인 박하선은 극중 마음이 여려 늘 남을 먼저 배려하는 통에 몸이 피곤하다.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늘 미안하다, 잘못했다는 말을 달고 살고 사람을 잘 믿어 곧잘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착한 캐릭터는 물론 리얼한 만취 연기와 곧잘 넘어지는 일명 ‘꽈당’ 연기, 침을 흘리며 자는 다소 엽기적인 설정에도 흔들림 없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고영욱과의 러브라인을 형성하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CF를 통해 ‘오란씨 걸’로 시청자들에 눈도장을 찍었던 김지원은 ‘하이킥3’를 통해 연기자로 거듭났다. 상큼하고 발랄한 인형 같은 외모를 지녔지만, 그가 극중 선보이는 연기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박하선의 사촌 동생으로 출연 중인 김지원은 여고생임에도 스쿠터를 타고 다니고 통신사의 2G 서비스 종료를 반대하는 1인 시위에 동참하는 등 당차고 독립적인 캐릭터다. 같은 반 여학생들을 괴롭히는 남학생에게 하이킥을 날리는 당돌한 성격에 농담과 장난을 즐기는 엉뚱발랄한 소녀다. 하지만 연기력과는 별개로, 극중 러브라인이나 갈등 요소 등 캐릭터의 매력이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남자 배우들의 활약은 그에 비해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사명감 투철한 의사로 등장하는 윤계상은 전작인 MBC ‘최고의 사랑’에서 보여줬던 한의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캐릭터를 보여 신선함이 덜하고, ‘순풍산부인과’의 박영규와 비교되며 중견 연기자로서 극의 중심을 잡고 있는 안내상은 ‘찌질한 캐릭터’ 연기가 너무 리얼해 코믹함보다 짜증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또한 서지석은 유난히 겉돈다는 지적을, 고영욱은 박하선과의 러브라인을 형성하면서 선보인 집착과 밉상 연기로 본의 아니게 민폐 캐릭터로 떠올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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