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씨가 피해여성 A(21·회사원)씨를 납치한 것은 지난달 23일 오후 11시40분쯤.
장씨는 부산진구 양정동 주택가 골목에서 귀가하던 A씨를 차량으로 고의로 친 뒤 병원에 가자며 강제로 자신의 그랜저XG 승용차에 태웠다.
장씨는 차량 안에서 A씨로부터 현금 25만원과 핸드백 등 250만원 상당을 갈취한 뒤 두 손을 묶고 10시간여동안 트렁크에 가둔채 몰고 다녔다.
이어 다음날 오전 10시쯤 부산 남구 금련산으로 차를 몰고가 A씨를 트렁크에서 꺼내 언덕 아래로 굴리고 도주했다.
영하의 기온속에 산속에 유기된 A씨는 가까스로 결박을 풀고 언덕을 거슬러 올라와 지나가던 차량운전자에게 도움을 구해 다행히 구조됐다.
구조 당시 A씨는 저체온증으로 한동안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범인 검거에 나섰으나 범인이 별다른 증거를 남기지 않고 도주한 탓에 자칫 사건이 장기수사로 빠질 뻔했다.
그러나 A씨에게서 나온 한마디가 범인 검거의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A씨는 경찰에서 “범인이 누군가와 통화하며 ‘출동’, ‘3만5000원’이란 말을 했고 당시 차량이 한동안 멈춰 서 있었던 것 같다”고 진술한 것.
경찰은 A씨의 진술로 미뤄 범인 차량이 고장나 견인차를 부른 것으로 확신했다.
A씨의 진술에 따라 경찰은 부산지역 정비업체 720여곳, 시내
70여 곳의 견인업체, 114전화를 통한 개인 견인차 전화번호문의 전화, 보험회사 등을 상대로 24일 새벽 차량 견인 서비스에 나선 적이 있는지를 조사했다.
조사에서 경찰은 범인이 자신이 휴대전화로 S보험회사를 통해 견인 서비스를 받은 것을 확인하고, 휴대전화 추적을 통해 지난달 30일 오후 11시30분쯤 부산진구 당감1치안센터 앞 길에서 장씨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결과 장씨는 A씨를 트렁크에 태운 채 7시간여 동안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A씨를 유기하기 약 3시간전 강서구 명지동 바닷가 외진 곳을 지나가다 차량 후진이 되지 않아 견인차를 부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을 실감할 수 있었다”며 “극도의 불안감속에서도 범인의 통화내용을 놓치지 않은 A씨의 현명한 대처와 냉정함 때문에 범인을 조기에 검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