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작은 영화] ‘밍크코트’ 당신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

[Ki-Z 작은 영화] ‘밍크코트’ 당신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

기사승인 2012-01-07 13:01:00

[쿠키 영화] 영화 ‘밍크코트’(감독 신아가 이상철, 제작 애즈필름)는 존엄사와 종교, 가족 구성원들의 경제적 차이로 발생하는 갈등을 신랄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지 묻는다.

2009년 TV와 신문을 뜨겁게 달군 일명 ‘김 할머니 사건’은 회생 가능성 없는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 시술을 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문제를 제기했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 최초로 존엄사가 인정된 사례다.

우유배달을 하며 억척스럽게 살고 있는 현순(황정민)은 이단 종교에 빠지고 가족들은 그를 따돌린다. 현순의 노모는 의식 불명으로 8개월째 호흡기에 의지해 숨을 부지하고 있는데 가족들은 노모의 연명치료를 중단하려 한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현순은 어떻게 해서든 막아보려고 하지만 만삭이었던 현순의 딸 수진이 등장하며 상황은 바뀌어 간다.

더 이상 이 문제는 낯선 소재가 아니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와 ‘씨 인사이드’는 ‘청원’ 등의 영화를 통해 수차례 접해왔다. 하지만 이들 영화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혹은 자신의 존엄한 생을 위해 스스로 죽은 권리를 찾으려 하는 주인공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밍크코트’는 죽음의 당사자가 아닌 그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가족들에게 집중한다.

‘밍크코트’는 빈부와 계급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화려하고 좋은 물건임에도 짐승의 가죽을 벗겨 만드는 잔인한 면을 갖고 있어 영화의 제목으로 선정됐다.
영화 속 밍크코트는 현순의 부자 언니 명순이 노모가 쓰러지기 전에 사드린 효도 선물이다. 하지만 노모는 명순 모르게 우유배달을 하며 힘들게 살아가는 딸 현순에게 밍크코트를 전한다. 그러나 그 밍크코트를 받은 현순은 자신의 딸 수진이 급하게 돈을 필요로 하자 기꺼이 그 코트를 팔아 돈을 마련한다. 이처럼 밍크코트는 모녀 삼대에게 따뜻함과 풍요로움을 선사하는 매개체가 된다.

하지만 밍크코트는 가난한 현순과 부유한 명순의 경제적 차이를 한눈에 보여주기도 한다. 현순은 겉으로는 당당해 보이지만 가슴 속 깊은 곳에서는 형제들의 안락한 부를 질투하고 있다. 명순이 사준 것임을 알면서도 노모에게 밍크코트를 받은 것은 그것을 통해 그들과 비슷해 보이려는 욕망의 표출이다. 결국 밍크코트는 가족 간의 불화에 이르게 하는 시발점이 된 셈이다.

인물의 내면과 갈등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과 배우 황정민의 실감 나는 연기는 지루할 틈 없이 관객을 영화에 빠져들게 한다. 또 관객에게 매 순간 어느 것이 옳고 그른 것인가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던져준다.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현순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산 넘어 산인 그녀의 인생에 분노와 답답함이 차오른다. 특히 영화 속 클라이맥스인 옥상 장면에서는 그 감정이 절정을 이룬다. 모든 희망과 믿음이 산산 조각나고 절망만 남은 현순은 옥상에 올라가 울분을 토해내는데 꾸밈과 과장없이 내뱉는 그녀의 연기에 소름이 돋을 정도다.

지난해 큰 사랑을 받았던 독립영화 ‘혜화, 동’에서는 유다인이, ‘파수꾼’에서는 이제훈이 강하게 각인됐던 것처럼 ‘밍크코트’를 통해서는 배우 황정민을 재발견할 수 있다. 실제 영화에서 엄마와 딸로 출연하는 황정민과 한송희는 한국영화감독조합상 여배우 부문에서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밍크코트’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젼’ 부문에 상영돼 시민평론가 상을 수상했으며 서울독립영화제2011 장편경쟁부문에서도 상영돼 호평받고 있다. 오는 12일 개봉 예정으로 15세 이상 관람가다. 상영시간은 91분.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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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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