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스타 동생들의 활약이 거세다. 누나나 언니, 형의 그늘에 가려 본의 아니게 2인자라는 인식을 받던 과거와는 달리, 갈수록 독자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며 바쁜 행보를 보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때는 ‘OO동생’이라는 꼬리표를 떼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 하지만 이제는 닮았지만 다른, 다르지만 닮은 형제 사이임 드러내고 동반 상승을 꿈꾸기도 한다.
JYJ의 박유천 동생으로 유명한 배우 박유환은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 문권 역을 맡아 시청자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어려운 환경과 엄격하고 무뚝뚝한 누나 밑에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밝고 긍정적인 캐릭터를 선보인 그는 전작인 MBC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깊고 안정감 있는 연기력을 선보이며 한층 발전된 양상을 띠었다.
알츠하이머를 앓으며 박지형(김래원)과의 가슴 아픈 사랑을 해 나가는 누나 이서연(수애)과 힘든 현실을 꿋꿋하게 이겨내는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며,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직접 벌고 짬을 내어 공부를 하며 누나가 바라던 대기업에 입사까지 이뤄내 시청자들로부터 ‘훈남동생’이라는 수식어를 비롯 지구상에는 존재할 수 없는 ‘화성인 동생’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박유환은 드라마 종영 소감으로 “‘누나바보’ 문권이를 떠나보내기 아쉽다. 쟁쟁하신 선배님들 사이에서 많이 보고 듣고 느끼고, 지도 받으며 배우 박유환 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도 많이 자란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그에게 ‘천일의 약속’은 하얀 피부와 순한 눈매 등 전체적인 이미지가 형 박유천을 빼닮아 나란히 활동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킨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엄정화 동생’으로 불렸던 엄태웅은 이제 누나와 나란히 스크린 대결을 펼치는 위치에 올랐다. 엄정화와 엄태웅은 각각 오는 19일 개봉하는 영화 ‘댄싱퀸’과 ‘네버엔딩 스토리’의 주연을 맡아 ‘남매 대결’이라는 뜨거운 승부를 펼치게 됐다. 두 영화 모두 유쾌하고 흥미로운 작품으로 관객의 눈길을 끌고 있어 ‘쌍끌이 흥행’을 예고하고 있지만, 결국 스크린 및 관객 확보에 있어 경쟁 아닌 경쟁을 펼쳐야 한다.
엄정화는 영화에서 왕년의 ‘신촌 마돈나’로 분해 댄스가수로 데뷔를 앞두고 있지만 서울시장후보로 출마한 남편 정민(황정민)의 사모님으로서의 이중생활을 하게 된다. 엄태웅은 극중 대책 없이 긍정적인 반백수 강동주로 분해 철두철미한 은행원 오송경(정려원)과 운명적인 인연을 맺게 된다.
90년대 초부터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가수 활동까지 병행하며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역량을 과시해온 누나보다 5년 늦게 활동을 시작한 엄태웅은 조연이나 단역 시절부터 ‘엄정화 동생’이라는 타이틀을 안고 살아야했지만 “꼬리표를 떼고 싶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할 만큼 남다른 우애를 자랑해왔다.
그는 방송에서 “어느 자리에서는 그런 게(엄정화 동생이라는 타이틀이) 먹어줬다”며 “같은 집안 식구끼리 같은 일을 하고 있으니 서로 잘 벌고 일해야지 누가 누구를 이겨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유연하게 받아 넘긴 것으로 유명하다. 엄태웅과 엄정화는 CF 동반 나들이도 하며 대한민국 연예계 대표적인 ‘스타 남매’로 자리 잡았다.
최근 영화 ‘퍼펙트 게임’에서 선동열(양동근)의 강속구를 받는 포수 장채근을 연기한 차현우는 김용건의 막내 아들이자 하정우의 친동생이다. 그는 데뷔 초부터 가족의 특수성(?)을 감추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고 털어놨다. 하정우가 그랬듯 차현우도 자신의 예명을 아버지나 형 이름과 전혀 연관성 없어 보이는 이름으로 정한 것도 자신의 배경을 꽁꽁 숨기기 위함이었다. 가족들 때문에 편하게 연기한다는 시선을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
이제 신인으로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몸무게를 무려 20kg이나 늘리며 장채근을 연기한 그의 열정과 노력에 관계자들이 박수를 보냈다는 후문이다. 아직은 주연을 빛나게 하는 조연이지만, 이번 영화에서 보여준 자연스러운 연기와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으로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케 하고 있다.
영화 ‘흉터’에서 섬세한 연기를 보인 배우 박소연은 가수 박혜경의 친동생이다. 동생의 연기 활동을 강력히 반대하던 박혜경은 결국 동생의 열정에 백기를 들었다는 후문이다. 박소연은 지난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언니 동생이라는 사실을 많이 숨기고 다녔다. 조금이라도 언니의 후광을 받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KBS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서 허풍쟁이 캐릭터 전노걸 역과 영화 ‘오직 그대만’에서 전직 복서 철민(소지섭)을 괴롭히는 격투기 선수 태식 역을 소화한 배우 윤종화는 SBS 윤현진 아나운서의 남동생이며, 영화 ‘아저씨’의 아역배우 김새롬의 친동생인 김예론 또한 지난해 공포영화 ‘고양이: 죽음을 보는 공포의 눈’으로 스크린 공략에 나서며 ‘아역 자매 배우’로 거듭났다.
뿐만 아니라 아이돌 그룹 속에서도 친동생들의 활동이 눈에 띈다. 소녀시대 제시카의 동생인 에프엑스(fx)의 크리스탈은 최근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 출연하며 다방면의 재능을 뽐내고 있고, 최근 음반을 내고 바쁜 활동 중인 엠블렉의 천둥은 그룹 2NE1의 산다라박의 남동생이다. 또한 가수 미나의 친동생 니키타(본명 심성미)도 언니를 따라 지난해 가수로 데뷔했다.
가족은 닮기 마련이다. 외모는 물론 특유의 목소리와 성격까지 비슷한 경우가 많다. 형제는 때로 든든한 힘이 돼주는 가장 큰 조력자이지만 한편으로는 벗어나야만 하는 울타리로 작용하기도 한다. 때문에 스타 동생들은 여느 연예인들보다 새롭고 신선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에 큰 에너지를 쏟는다. 결국, 데뷔 초반 스타 가족이라는 특수성이 ‘반짝’하는 이슈에 지나지 않으려면 독자적인 영역과 이미지를 확보해 실력으로 인정받는 것이 유일한 길일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