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주인이 소값 폭락과 사료값 상승을 감당하지 못한 끝에 소들이 집단으로 아사(餓死)한 농장의 충격적인 현장이 동영상으로 공개됐다. 처연한 눈빛으로 죽어있는 소의 사체, 사체의 여기저기가 썩어들어 가고 있는 모습. 그야말로 ‘참담함’ 그 자체다.
동물사랑실천협회(동사실)는 최근 소 10여마리가 굶어 떼죽음을 당한 전북 순창군의 문모씨가 운영하는 농장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동사실은 동영상을 지난 5일 촬영했다고 밝혔다. 이 농장에서는 10일 육우(젖소 수컷) 5마리가 추가로 아사하는 등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지고 있다.
동영상 속 농장의 분위기는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어미 소와 송아지의 사체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모습은 스산하기까지 하다.
목을 쭉 늘어뜨린 채 죽어있는 송아지의 모습은 자포자기 심정에 빠져있는 농민들의 한숨을 말해주는 듯 하다. 죽은 소의 뜬 눈은 그저 한 마리 짐승의 눈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미 썩어서 뼈만 남아있는 처참한 장면은 화면에서 고개를 돌리게 만들고, 앙상한 다리와 바짝 말라붙은 엉덩이는 죽기 전 소들이 겪어야 했던 굶주림의 고통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케 한다.
간간이 들리는 아직 살아있는 소들의 울음소리는 굶주림에 지쳐 내뿜는 처절한 울부짖음이다. 동영상에는 살아있는 소들이 배고픔에 지쳐 흙을 핥아먹는 장면도 나온다.
동사실 측은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정부에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르던 소들을 집단으로 굶어 죽도록 하는 행위를 정부가 적극 방지해야 한다”며 “정부는 그동안 말로만 내세워온 지속가능한 축산정책을 마련하고, 현행 동물보호법에 규정된 대로 동물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피학대 동물들의 격리 조치’를 당장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동사실은 약 1개월분의 사료를 마련해 농장 주인 문씨에게 제공했다고 밝혔다.
전북도는 12일 해당 농장에 대해 "농식품부가 동물보호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라고 해서 순창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동물에 대한 위해방지 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3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위반 행위를 지속하면 동물 학대로 간주해 500만원의 벌금을 물리고 있다.
그동안 비난에 시달려 온 문씨는 “사람은 굶어도 기르는 짐승은 굶기지 않는 법인데, 오죽했으면 자식 같은 소를 굶겨 죽였겠느냐”며 “동물보호단체에서 보내준 사료와 마지막 남은 돈으로 풀 사료를 사서 먹이고 있지만 이미 영양 부실이 심화해 되살리긴 늦은 것 같다. 소들이 죽어가는 것을 막을 수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문씨는 “수입 쇠고기가 들어오면서 420만원에 거래되던 700㎏짜리 육우 한 마리가 200만원대로 뚝 떨어졌다”며 “사료 값마저 올라 도저히 지금은 소를 키울 수 없게 돼 버렸다”며 국내 축산농가의 현실을 설명했다.
문씨는 소들에게 소량의 사료를 주거나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논을 파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으나 결국 버티지 못하고 이 같이 극단적인 방법을 쓰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씨는 현재 1억5000만원 넘게 빚을 진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나머지 모든 소를 팔아버리고 축산업을 끝내고 싶지만 이 같은 현실을 세상에 알리고자 끝까지 축사를 지키겠다”며 “소도 불쌍하고 나도 불쌍해서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축산업은 붕괴되고 있지만 이르면 이달 말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될 것으로 보여 축산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가 수수방관한다면 행동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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