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배우로서 또 하나의 한 단계 올라가는 계단을 밟은 것 같아요.”
느리게 걷기. 카페 이름이 아닌 배우 김연주를 일컫는 말이다. 벌써 데뷔 13년 차이지만 꾸준히 그리고 천천히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2000년 드라마 ‘엄마야 누나야’를 시작으로 2002년 ‘얼음꽃’을 거쳐 2004년 ‘달래네 집’과 2005년 ‘슬픈연가’ 그리고 2008년 ‘며느리와 며느님’까지 거의 매해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냈었고, 지난해에는 ‘영광의 재인’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아직 연기자로서 전성기는 오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올 거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그걸 즐길 수 있을 거 같아요. 예전에는 너무 어리고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힘든 기억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연기상을 받으면 미스코리아에서 연기자로서 진짜 인정받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김연주는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영광의 재인’에서 반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경주 역을 맡아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오로지 일에만 신경 쓰며, 복수심으로 가득 찬 악역연기를 선보였다. 야망이 가득 찬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되게 섭섭했어요. 4개월 촬영했는데, 모두 친해지려고 하는 시점에서 헤어져서 아쉬웠고, 무엇보다 캐릭터와 헤어지기 힘들었어요. 모든 게 아쉬워요.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감독님부터 최명길, 손창민 등의 가르침과 조언은 정말 큰 피가 되고 살이 됐죠.”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타이틀과 도회적인 이미지 덕분에 늘 부유한 캐릭터를 맞아왔던 김연주는, 한번 쯤 가난한 역할을 연기해보고 싶다는 막연을 생각을 하던 차에 ‘영광의 재인’을 만나게 됐다. 운명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
“만족하진 않지만 후회하진 않아요. 너무 원했던 캐릭터였으니까요. 물론 힘든 부분도 있었어요. 감정을 어디까지 표현을 해야 할 지에 대한 문제였는데, 슬픈데 눈물을 흘리면 캐릭터가 약해지기 때문에 수위 조절이 어려웠어요. 어떻게 보면 표정이 없어 보일 수 있는데, 처음에는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다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더라고요.”
벌써 13년 전이다. 미스코리아 진에 당선된 후 화려한 연예계에 발을 들였지만, 때로는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짐이 될 때가 있었다. 지금과는 달리 당시 미스코리아는 나라를 대표하는 인식이 강해 친선대사로 외국도 많이 나가고 각종 활동에 여념이 없을 때였다.
“사실 미스코리아 출신이라서 처음부터 신인 치고는 비중이 큰 캐릭터를 맡게 됐어요. 때문에 연기력 논란도 있었죠. 연기는 초보인데, 역할은 컸으니까 아무래도 그렇게 보였었겠죠. 당시 미스코리아는 정숙해야한다는 인식과 보수적인 생각들이 지금과는 달리 크게 존재했는데, 때문에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도 우아하게 보여야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10년이 흐르면서 사회 인식은 변했고, 김연주는 “지금이 마음 편하다.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나 때만 해도 비키니를 입으면 난리가 났었다”라며 “19살에 데뷔했기 때문에 또래들하고 잘 못 어울렸고, 항상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과 일하다보니 또래보다 내가 어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어렸는데, 당시에는 내가 한 번도 애라는 생각을 못해봤다”고 털어놨다.
“‘영광의 재인’은 막을 내렸지만, 새드앤딩인 만큼 뭔가 개운치 않은 마음이 아직 남아 있어요. 찜찜하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마지막에 인철을 보는데 아무리 연기지만 정말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배신감과 증오도 있지만 씁쓸함이 컸어요.”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은 큰 스승이었고, 훌륭한 동료였다. 상대 역을 출연했던 박성웅에 대해서는 “후배에게 굉장히 잘 가르쳐주신다. 카메라 액팅에 대한 책도 선물해 주시고, 여배우에 대한 배려가 각별하시다”라고 평했고, 엄마로 출연했던 최명길에 대해서는 “존경할 수밖에 없는 분”이라며 “연기는 물론 현장에 제일 먼저 오셔서 자기 자리를 떠나지 않는는다. 정말 존경하게 됐다. 자기 일에는 철저하시면서도 후배들에게는 다정 다감하시다”라고 극찬했다.
작년부터 영화에 큰 관심이 생겼다는 김연주는 조만간 스크린에 도전장을 낼 계획이다. 그는 “내가 했던 드라마들은 운 좋게 시청률도 잘 나오고 반응이 다 좋았다”라며 “이러한 추세를 이어가면 영화에서도 잘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해외영화제에서 상도 받고 인정받는 배우로서의 삶을 꿈꾼다는 김연주. “내가 연기를 좋아하는 그 날까지 여러 가지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전하는 그는 눈빛은 반짝이고 있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사진 이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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