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슴처럼 맑은 눈망울을 가진 배우 박용우. ‘핸드폰’과 ‘아이들’ 등의 작품을 통해 강인한 캐릭터를 선보였지만 다음 달 1일 개봉하는 영화 ‘파파’에서는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따뜻한 인물로 우리 곁을 찾는다.
영화 ‘파파’ 홍보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박용우를 지난 18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감기에 걸려 연신 코를 훌쩍거렸지만 “영화에 대한 반응이 좋아 기분이 좋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파파’는 도망간 톱스타를 찾다 불법체류자가 된 매니저 춘섭(박용우)이 뿔뿔이 흩어질 위기에 처한 6남매와 가족이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박용우는 욕도 잘하고 거친 캐릭터지만 6남매와 지내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그는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한지승 감독과 오랜 친구사이다. 때문에 영화 시나리오를 받기 전부터 한 감독의 작품에는 출연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친한 사람과 작업했다가 괜히 사이가 멀어질 수도 있기 때문. 하지만 대본을 읽는 순간 그의 마음은 180도 바뀌었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행복’이라는 단어를 진심으로 느꼈습니다. 다 읽고 덮는 순간 눈물 한줄기가 뚝 하고 떨어지더군요. 그 눈물은 정말 기분 좋은 눈물이었습니다. 마치 선물을 받은 것 같았죠. 제가 느낀 그 감정을 관객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습니다.”
박용우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유난히 좋아했다. 행복하기 위해 연기자가 됐고 행복하기 위해 연기를 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도 했다.
“요즘 들어 행복한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따뜻함과 감동을 공유하고 애써 숨기고 억누르던 고마움들을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파파’는 의미 있는 영화입니다.”
‘파파’는 미국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됐다. 약 2달간 미국에 머무르며 할리우드 영화 시스템을 몸소 체험했다. 그는 촬영지였던 애틀랜타를 “가장 넓은 감옥”이라고 표현했다.
“미국에서 촬영한다고 해서 매우 설렜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미국에 가보는 것이었죠. 각오는 했지만 현지에 가보니 빠듯한 촬영일정에 여행은커녕 쉴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가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촬영장과 숙소만 오갔으니 제겐 감옥이 따로 없었습니다(웃음).”
‘파파’는 30억 원대의 제작비가 든 작품이다. 우리나라 영화중에서는 중간 정도의 예산이지만 할리우드 작품에 비교하면 저예산 영화중에서도 초저예산 영화인 셈이다. 그럼에도 촬영 현장에는 늘 경찰들이 상주해있었고 이동 중에는 사이드카의 보호를 받았다. 그런 환경에 있다 보니 어깨가 으쓱해졌다며 뿌듯해 했다. 그러더니 휴대폰을 꺼내 사진들을 보여줬다. 자신의 트레일러 앞에서 찍은 ‘인증사진’이었다. 손가락으로 브이(V)를 한 채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은 아이처럼 해맑아 보였다.
“현장에 가보니 개인 트레일러가 있었습니다. 틈나는 시간마다 쉴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 준거죠. 트레일러 안에는 화장실, 소파, 난방시설 등 모든 것이 완벽히 갖춰져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신기해서 촌스럽지만 브이를 하고 인증 사진을 찍었죠. 외국 스태프들이 봤을 때는 웃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할 계획은 없을까. 그는 “아직까지는 없다. 하지만 사람 일은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니까…”라며 말을 아꼈다.
“할리우드에 가려면 무엇보다도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겠죠(웃음). 영화를 하며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지만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습니다. 극적인 삶을 살아온 실존 인물의 삶을 대신 살아보는 거죠. 이를테면 하정우 씨가 고 앙드레김 선생님의 삶을 다룬 영화에 출연한다고 들었는데 그런 역할이요.”
그는 연기를 통해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한다. 하지만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존재감을 확인한다. 지난 1년여간 짝사랑을 해왔다는 그는 “최대한 빨리 사랑을 하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제게 설렘을 줬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저를 받아주지 않더군요. 혹자는 짝사랑은 불행하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에는 이면이 있듯 이뤄지는 사랑과 그렇지 못한 사랑 모두 행복한 것과 힘든 것이 존재하죠. 짝사랑이라도 그 사람만 생각하면 죽어 있는 마음이 두근두근 거리고 피가 도는 느낌이 듭니다. 살아 있음을 느끼는 거죠. 그것이 곧 행복이고요.”
한 번의 공개연애로 쓴맛을 본 그는 할 수 있다면 공개연애는 최대한 피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제가 장동건 씨와 배용준 씨 정도로 인기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 연애사에도 관심을 가져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연인이 생겨도 비공개 연애가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할 수만 있다면 꼭꼭 숨기고 싶습니다.”
그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이상형은 어떤 여성일까.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이상형은 의미가 없다. 만나서 진심으로 설렘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사람이 이상형인 것”이라고 답했다.
“서로 설렘을 느껴 시작한 뒤 서로를 포기하지 않고 참고 이해하고 닮아가려 하다 보면 결혼에 이르고 평생을 함께하는 것 같습니다. 제 마지막 바람은 죽기 전 아내에게 ‘당신이 내 이상형이었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사랑’에 있어 제가 꾸는 꿈이죠.”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 사진=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