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맞습니다, 맞고요”
과거 TV 예능 프로그램을 빛냈던 정치인 패러디가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다시 그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박근혜와 안철수 등 유명 정치인을 패러디한 인물들의 연이은 등장이 화제다.
MBC 코미디 프로그램 ‘웃고 또 웃고’가 그 선두주자다. ‘나는 꼼수다’를 풍자한 인기코너 ‘나는 하수다’에서 개그맨 정성호는 ‘형광등 100개’의 CG와 함께 박그네(박근혜)로 등장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말없이 미소만 띈 채, 모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불렀던 노래 가사 ‘빙고’를 외치는 등 싱크로율 100%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대선 후보 적임자로서 높은 지지도를 올리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패러디한 안찰스도 큰 웃음을 선사했다. 안찰스로 분한 인물은 개그맨이 아닌 ‘웃고 또 웃고’의 작가 홍성진 씨로 알려져 더 화제가 됐다. 안찰스는 컴퓨터 수리원으로 등장해 그 시작부터 웃음을 안겼고, 주식 비결을 묻는 말에 “100% 성공을 개인화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고민이란 말은 고민할 때만 씁니다. 저의 어법입니다”라며 안철수 원장의 어록을 패러디해 눈길을 끌었다.
‘나는 하수다’에는 그 외 ‘나는 꼼수다’의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전 의원, 시사평론가 김용민, 주진우 시사인 기자 등을 고스란히 패러디한 신총수(신동수), 전봉투(고명환), 김농민(유상엽), 조진우(조현민)이 주축이 돼 시원한 입담을 선보이고 있다. 제작진은 “박그네, 안찰스 이후에도 많은 시청자들이 알아보실 만한 인물들의 패러디를 준비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국내 최고의 ‘성대모사의 달인’으로 손꼽히는 개그맨 안윤상은 지난해 초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나보다 목소리가 낫다”는 칭찬을 들었다. 평소 유명인들의 성대모사를 실감나게 선보여온 안윤상은 이 대통령이 자리한 이날 행사장에서 직접 성대모사를 해 더 큰 박수를 받았다. 배칠수 또한 이 대통령의 성대모사로 일찍이 라디오에서 화제를 모았다.
성대모사는 아니지만 최근 정치에 대한 풍자가 비판을 곁들인 사례가 늘고 있다. 기획 단계부터 ‘풍자 코미디’를 내세웠던 SBS ‘개그투나잇’은 “정당이 스마트폰을 이용한 SNS를 선별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을 모색하다가 철회했다고 한다. SNS는 차단하는 거 아니에요. 자외선이나 차단하세요”라는 통쾌한 멘트로 시원함을 안겼고, KBS ‘개그콘서트’는 “소방관이 되려면 담당 관할구역 도지사의 목소리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아무리 불을 잘 꺼도 도지사의 목소리를 기억 못하면 좌천될 수 있다”며 경기도지사의 119전화 논란을 빗대어 말했다.
정치 풍자는 다양한 촌철살인 멘트로 큰 웃음을 선사하는 묘미가 있다. 외형적인 이미지부터 말 한마디 한마디에 묻어나는 말투 그리고 평소의 행실에 따른 여론까지 두루두루 평가받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수위 조절에 실패하거나, 유머를 유머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에는 뜻밖의 일이 생기기도 한다. 지난해 최효종은 ‘개그 콘서트’의 인기코너 ‘사마귀 유치원’에서 국회의원 당선 과정을 재미있게 풍자하는 멘트를 선보였으나 한 국회의원으로부터 모욕죄로 고소당한 바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