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고아라 “‘파파’ 통해 신비주의 벗어 던졌죠”

[쿠키人터뷰] 고아라 “‘파파’ 통해 신비주의 벗어 던졌죠”

기사승인 2012-02-02 17:16:00

"[인터뷰] 커다란 눈망울에 갈색 눈동자. 인형처럼 작은 얼굴과 긴 팔다리. 왠지 평소에도 사자 머리에 화려한 옷을 입고, 도도해서 쉽게 다가갈 수 없을 것 같은 배우 고아라. 하지만 실제 만난 그는 이런 선입견을 완벽하게 깨주었다. 활발한 성격에 털털한 말투. 20대 초반의 풋풋함을 간직한 ‘호감’ 스타였다.

14세의 어린 나이에 데뷔한 고아라는 성장드라마 ‘반올림’의 옥림이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드라마 ‘눈꽃’ ‘누구세요?’ ‘맨땅에 헤딩’ 등의 작품에 출연했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2012년 두 개의 영화 ‘페이스메이커’와 ‘파파’를 통해 새롭게 대중 앞에 섰다.

‘페이스메이커’에서는 장대높이뛰기 국가대표선수 유지원으로, ‘파파’에서는 6남매의 장녀이자 춤과 노래에 탁월한 재능을 지닌 준으로 분한다. 실감 나는 장대높이뛰기를 보여주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다가 아킬레스건염에 걸리기도 했고 노래와 파워풀한 춤을 선보이기 위해 쉴 틈 없이 연습에 매진했다. 게다가 두 작품은 1달 정도 촬영 시기가 겹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촬영이 끝나고도 한숨 돌릴 여유는 없었다. ‘페이스메이커’와 ‘파파’가 2주 간격을 두고 개봉하기 때문. ‘페이스메이커’는 지난 1월 18일 개봉했고 ‘파파’는 2월 1일부터 관객들과 만나기 시작했다.

영화 홍보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고아라를 지난달 25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마주했다. 뽀송뽀송한 얼굴에 활기찬 얼굴로 반갑게 맞았지만 심한 감기로 컨디션 난조 상태였다. 인터뷰 전날도 새벽까지 병원에서 링거를 맞았고 설 연휴 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하지만 두 작품으로 관객을 만날 생각에 설레고 기뻐했다.

“영화에 대한 반응이 좋아 정말 기분 좋습니다. 또 개봉과 상관없이 좋은 선배님들과 호흡한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습니다.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아 멍멍한 상태입니다.”



“예쁘다는 칭찬 고맙지만…배우로 평가받고 싶어”

‘페이스메이커’와 ‘파파’에서 고아라는 화장기 없는 얼굴로 등장한다. 여배우라면 스크린에서 조금이라도 더 예뻐 보이기 위해 애쓰기 마련인데 고아라는 오히려 안 예뻐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고아라가 아닌 배역으로 다가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통해 자연스러운 제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광고나 화보로 찾아뵙다 보니 예쁘고 완벽하게 차려입은 모습만 보여 드렸는데 실제 저는 그러지 않습니다. 선배님들 중에서도 저를 만나고 ‘너 이런 애였니’라고 하는 분이 있더라고요. 성격이 까다롭고 이상할 것이라고 생각하셨대요. ‘신비주의로 단절된 이미지가 그렇게 만들었구나’라는 생각에 충격을 받고 차기작에 대한 고민을 해왔습니다. 진짜 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작품을 택하고 싶었고 두 작품 모두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일 수 있어 좋았습니다. 특히 ‘파파’는 눈썹도 일자로 밀고 비비크림 조차 바르지 못했으니까요.”

이런 노력에도 두 영화에서 고아라의 미모는 빛을 발한다. 특히 ‘페이스메이커’에서는 상대배우 김명민이 완벽한 노메이크업에 인공치아까지 끼고 등장해 상대적으로 더욱 돋보인다.

“‘페이스메이커’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뽀얗고 예쁘게 나온 것 같아 감사하고 있습니다. 조명의 힘이 컸던 것 같아요. 김명민 선배님께도 정말 감사드리고요. 개인적으로 배우는 배역의 느낌이 어우러져 영화 속에 담길 때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외모가 예쁘다는 칭찬은 정말 감사하지만 그 이전에 배우의 모습으로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가수데뷔? 아직은 그럴 처지 아냐”

‘파파’에서 춤과 노래에 더해 놀랄만한 영어실력도 공개한다. 5세 때부터 영어교육을 받아왔고 이번 작품을 하며 영어공부와 발음교정에 더욱 힘을 쏟았다. ‘파파’는 미국 애틀랜타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촬영됐다. 이를 기회 삼아 미국에서 머무르는 내내 모든 스태프, 배우들과 영어로 대화를 나눴다.

“아무래도 한국과 외국 스태프들의 문화적 차이가 존재했습니다. 그런 것을 깨고 싶기도 했고 자연스러운 영어를 선보이기 위해 모든 사람과 영어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한지승 감독님이 영어를 상당히 잘하셔서 제게도 영어로 모든 걸 말해달라고 부탁드렸죠. 스태프들에게도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박용우 선배님께도 영어로 말을 하게 되더군요. 선배님께서 나중에 말씀하시길 당시 되게 놀랐다고 하시더라고요. 많이 배려해주시고 도와주셔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춤과 노래에도 많은 부담을 느꼈다. 한지승 감독은 ‘파파’의 준은 재능이 발굴되는 아이이니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했지만 이런 말에도 부담은 전혀 덜어지지 않았다.

가수 J와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도움을 받아 일주일 내내 노래연습에 매진했고 영화 속 노래들을 직접 소화해냈다. 김형석 음악감독은 많은 가수와 준비생들을 봤지만 일주일 만에 이렇게 실력이 향상된 것은 처음 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집중적으로 회사의 도움을 받아 연습했지만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녹음실에 갔는데 점점 노래를 들으며 생각하고 집중하다 보니 조금씩 나아진 것 같습니다. 춤 역시 시상식과 광고에서 몇 번 춘 적 있지만 파워풀한 댄스는 처음이었습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쉬지 않고 연습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다음번에 또 이런 기회가 온다면 조금 더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 SM에서 소녀시대 멤버와 걸 그룹으로 데뷔할 뻔한 사연이 공개되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긴 시간이 아닌 한 달여 정도 준비과정을 함께한 것이었다. 가수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생각은 없을까.

“나중에 조금 더 다져진 모습이 된다면 얼마든지 기회는 열어두는 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연기 외에는 다른 것을 생각할 처지가 아닙니다. 연기에 깊이 매진해야 할 때죠.”



“아나운서 꿈꿨지만 ‘반올림’ 통해 운명 바뀌어”

배우가 되기 전 그의 꿈은 아나운서였다.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에서 아나운서로 나오는 채림을 보고 꿈을 키워온 것. 하지만 친구 따라 우연히 SM 오디션에 참여했고 현장에서 캐스팅 돼 ‘반올림’에 출연하며 배우의 길을 가게 됐다.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죠. 방송반에서 매일 아나운서 포즈를 취하며 ‘9시 뉴스 고아라 아나운서입니다’라고 연습했습니다. 하지만 배우가 되면서 그 꿈은 바로 접었습니다(웃음). ‘반올림’을 만나지 못했다면 배우가 되지 못했거나 늦게 돌아왔을 겁니다. 제겐 정말 운명 같은 작품이죠.”

배우로서의 욕심은 상당했다. 사극과 액션, 멜로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연기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꿈도 확고했다.

“유치하긴 하지만 배우로서 제가 가진 꿈은, 과거 채림 언니를 보고 아나운서를 꿈꿨던 것처럼 제 연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삶에 메시지나 도전 정신 등을 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 제가 맡은 캐릭터를 잘 표현해야겠다는 욕심이 듭니다. 그런 것을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은 제게도 큰 힘이고 계속 이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의 뿌리가 되거든요(웃음).”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 사진=이은지 기자"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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