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파서 죽지 못했다” 트위터 친구의 사연 영화화

“너무 아파서 죽지 못했다” 트위터 친구의 사연 영화화

기사승인 2012-02-03 18:22:00

[쿠키 사회] 남들은 숨 쉬는 것이 제일 쉽다지만 그에겐 숨 쉬는 것이 가장 고된 일이다. 기계에 의지해 숨을 쉰다. 기계가 고장이라도 나면, 정전이라도 되면 생명도 끝이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고 24시간 자신에게 붙어있어야 하는 어머니에게 미안해서 해선 안 될 생각도 여러 번 했다.

안경테 가운데 붙은 조그만 레이저 마우스로 하는 트위터. 그를 세상과 연결시켜 주는 유일한 창구다. 수많은 트위터리언들이 김진숙씨, JYJ를 보고 내 누나, 내 남동생이 피해라도 당한 듯 같이 분노하고 같이 눈물 흘렸다.

이들을 이야기하며 “인간다운 대우”를 너도 나도 외쳤지만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모습조차 영위하지 못하는 그에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가 유명하지 않아서일까, 그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일까, 아님 그에겐 ‘정치’가 떠오르지 않아서일까.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그리고 아무도 관심 없었던 전신마비 장애인 홍성모(34)씨만의 소통. 이제 그 소통은 그를 주목한 한 ‘트친(트위터 친구)’에 의해 ‘영화’가 된다.

“너무 아파서 죽지 못했다”

홍성모씨는 2003년 해병대를 제대하고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건설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지붕 위에서 건축자재를 아래 차량으로 던지다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자재와 함께 3m 아래 지상으로 떨어졌다.

1, 2번 경추골절, 좌측완관절골절, 경수부 척추손상 등. 한마디로 사지마비, 호흡부전마비가 됐다. 말 그대로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삶이 시작됐다. 너무 충격이 커 정신을 놓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래서 죽지 않았다고 한다.

손가락 하나 맘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친구들도 하나 둘 떠나갔다. 20대에 누려야 할 추억들은 한 평 남짓 되는 병원 침대 안에 모두 묻어버렸다.

고등법원까지는 홍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그는 산재보험도 적용받지 못했다. 어린시절부터 편찮으셨던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형은 연락이 끊긴지 오래다. 어머니와 단 둘이 임대아파트에서 생활한다. 수입이라곤 약 60만원의 정부지원금이 전부다. 그 중 30만원이 아파트 임대료, 관리비 등으로 나간다. 인공호흡기는 1년 마다 바꿔줘야 하고, 그 비용은 1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병원에 있을 때 심장마비가 온 적이 있다. 또 한 번 죽을 고비를 넘긴 것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머니의 우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사고 이후로 잠들 때마다 아침이 오지 않게 해 달라고, 이대로 영원히 잠들게 해 달라고 기도했던 그는 그때 처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2008년에 병원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온 몸은 마비상태고 목을 절개해 인공호흡기로 숨을 쉬는 삶은 여전하다.

주변의 도움으로 컴퓨터가 생겼고 트위터(@hsm0456)라는 것을 알게 됐다. 팔로워 1708명. 자신을 팔로우하는 이에게 일일이 감사인사를 보내고 일상적인 대화도 나누고 자작시를 보내주기도 한다. 누군가와 소통을 하는 순간 순간이 이렇게 보석 같은 것인지 예전엔 알지 못했다. 점점 마음은 긍정적으로 변해갔고 감사하는 법을 알게 됐다. 삶을 쉽게 포기하려다 자신을 보고 다시 용기를 냈다는 메시지가 오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트친’ 한 명이 제주도 집까지 찾아왔다. 웬 훤칠하고 잘 생긴 남자와 함께. 그는 영화제작자(@wemakefilm7)였다. 같이 온 미남은 신인배우란다. 자신이 제작할 영화 주인공 이름을 ‘홍성모’로, 그리고 그 후엔 어머니와 자신의 사연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트친’의 사연을 ‘영화’로

트위터에서 알게 된 인연이 영화 제작으로까지 이어질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2010년에 일본드라마 ‘솔직하지 못해서’가 트위터를 소재로 한 내용이었지만,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트친의 실제 사연을 영화화하는 것은 또 다른 새로움이다.

영화제작사 위메이크필름 관계자는 “원래 다른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었는데 트위터를 통해 홍성모씨의 사연을 보고 계획을 모두 수정했다”며 “‘홍성모’로 주인공 이름을 정해 ‘얼음꽃’이란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고, 홍성모씨와 어머니 신숙희씨의 사연을 모티브로 한 ‘엄마는 슈퍼스타’(가제)라는 영화도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얼음꽃’은 대테러 특수요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블록버스터, ‘엄마는 슈퍼스타’는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아들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자동차 랠리, 복싱 경기 참가까지 마다하지 않는 어머니의 모습을 다룬 휴먼드라마다.

단순히 영화만 제작하는 게 아니다. 영화와 연계해 홍성모씨 후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얼음꽃’에서 특수요원들이 입고 나오는 티셔츠를 판매해 수익금의 일부를, 또 ‘엄마는 슈퍼스타’에서 주인공이 자동차 전국 랠리에 나서는 장면을 직접 리허설 해 1km당 1000원씩 기부, 총 1700km에 해당하는 기부금을 홍성모씨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영화 DVD 수익금의 일부도 마찬가지다.

두 영화에 모두 출연하는 신인배우 문성훈씨는 앞으로 자신이 출연하는 모든 영화의 출연료 일부를 홍성모씨 후원금으로 내기로 했다.

두 영화 모두 이르면 12월에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간다. 문성훈씨와 배우 전소민씨가 출연하는 얼음꽃은 예고편이 이달 안에 인터넷에 공개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