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평균 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체면을 살리지 못하는 가운데, 유독 드라마의 시청률만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종편 기준의 높은 시청률은 1%대를 크게 넘지 못하는 수치지만, 잇따른 조기종영과 무분별한 시간대 옮기기가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몇 개의 작품들이 시청자의 호평 속에 방영됐거나 방영되고 있다.
신용평가사는 최근 종편이 시청률 하락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1년에 최소 하나 방송사당 1000억 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추산했다. 시청률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2월 7일까지 종편채널 4사에서 방영됐거나 방영 중인 드라마 15개의 시청률(전국가구 기준)을 조사한 결과 0.24%~1.67%에 분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열악한 가운데 드라마들은 비교적 다른 프로그램보다 다소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인기리에 방영했거나 방영 중인 드라마는 대부분 스타 PD와 작가 그리고 연기력이 검증된 인기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들이다. JTBC 개국특집 월화미니시리즈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이하 빠담빠담)은 마니아 층이 많은 노희경 작가 특유의 감성과 독창성이 빛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지난 7일 마지막회에서 전국기준 1.878%를 기록했다.
‘빠담빠담’은 노희경 작가의 작품으로, 누명을 쓰고 오랜 수감생활을 한 통에 삶에 미련이 없는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 정우성과 한지민, 김범 등이 주연으로 출연했다. ‘빠담빠담’은 220만 달러에 일본의 민영방송 TV아사히와 판권 계약을 체결해 종편 사상 첫 수출을 일궈내기도 했다.
지난 6일 첫 방송된 TV조선 ‘한반도’가 첫 회에서 1.649%의 시청률을 기록, 역대 종편채널 첫 방송 시청률 중 최고를 기록했다. ‘한반도’의 첫 회 시청률은 ‘빠담빠담’이 기록했던 첫 회 시청률 1.601%보다 더 높은 수치며 이는 TV조선 전체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이기도 해 앞으로의 순항에 기대를 보이고 있다.
‘한반도’는 제작비 200억 원이 투입된 블록버스터 드라마지만 편성으로 난항을 겪다 최종적으로 종편인 TV조선에 안착했다. 남북 합작 대체에너지 개발과 통일 논의가 가속화되는 미래의 한반도를 배경으로, 분단의 현실 속에서 펼쳐지는 남한의 명준(황정민)과 북한의 진재(김정은)의 애틋한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한반도 최초의 통일 대통령을 둘러싼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가 펼쳐지는 드라마다.
또한 지난달 설 연휴 특집으로 방송된 김수현 작가의 TV조선 3부작 ‘아버지가 미안하다’의 1, 2, 3부 시청률은 전국기준 1% 이상을 기록했다. ‘아버지가 미안하다’는 오후 9시 40분부터 연속으로 방송돼 오전 1시 늦은 시간에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1부 1.364%, 2부 1.662%, 3부 1.440% 등 모두 1% 이상을 기록하며 종편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그 외 JTBC의 주말드라마 ‘인수대비’와 TV조선의 ‘고봉실 아줌마 구하기’ 또한 시청률 1%대를 넘기며 호평을 받고 있다.
비록 1%대를 겨우 넘는 수치지만 드라마에만 시청률이 쏠린다는 것은, 교양 및 예능 프로에서 부진을 보인다는 것의 반증이다. 예능 또한 내로라하는 톱스타들을 기용하고 있지만 좀처럼 탄력을 받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회당 2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MBN 예능 ‘더 듀엣’은 0.4%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해 애초 12회에서 4회를 끝으로 조기종영했고, 채널A는 ‘다섯 남자의 맛있는 파티’, ‘연예인 사이드’ 등이 조기 종영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널A는 시청률이 0.3% 대에서 벗어날 조짐이 보이지 않자 드라마와 뉴스의 편성시간을 개국 한 달 만에 변경하기도 했다. 월화드라마 ‘컬러 오브 우먼’의 방영시간을 오후 9시 20분에서 8시50분으로 옮겼고, 메인뉴스 ‘뉴스830’도 오후 8시 30분에서 오후 10시로 변경했다.
드라마도 모두 승승장구하는 것은 아니다. JTBC는 아침 드라마 ‘여자가 두 번 화장할 때’가 예상보다 낮은 시청률이 나오자 당초 120부작에서 60부작으로 조기종영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번의 시간대 변동을 감행했지만 오히려 시청률이 0.4%에서 0.1%로 하락했다. ‘국민 남동생’ 유승호가 주연으로 나선 TV조선의 ‘프로포즈 대작전’도 지난 8일 첫 방송했지만 0.449%의 시청률에 머물렀다.
이러한 조기종영과 시간대 변경으로 해당 프로그램을 제작해왔던 외주제작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종편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지닌 열악한 환경임에도 무분별한 프로그램 폐지로 인해 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고 제작진은 물론 출연자들까지 피해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호평 속에 조금씩 시청률이 향상되고 있는 드라마가 시청자의 눈길을 지속적으로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그리고 그 효과가 다른 프로그램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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