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배우 정성윤 “데뷔 10년차에 신인상 노려볼까요?”

[쿠키 人터뷰] 배우 정성윤 “데뷔 10년차에 신인상 노려볼까요?”

기사승인 2012-02-13 10:34:01

[쿠키 연예] 아직도 장춘복(김갑수)을 ‘개똥이’라 낮춰 부르며 사사건건 무시하는 이재경(견미리)에 견줄 바가 아니다. MBC 일일드라마 ‘오늘만 같아라’의 문제아 강경식은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삐뚤한 성격에다 각종 사고를 일으키면서도 되레 큰소리치는 ‘민폐’ 캐릭터다.

‘오늘만 같아서’에서 해준(김승수)의 생모인 옥자(정재순)의 아들 강경식 역을 맡은 정성윤(29)은 요즘 악역 연기에 흠뻑 빠져 있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는 “드라마에서 마치 나쁜 캐릭터처럼 보이는데 사실 알고 보면 엄마를 위하는 마음이 각별한 인물”이라며 “차츰 강경식의 순수한 매력이 비춰지는 만큼 조금만 미워하셨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검사인 형에게 ‘나는 그렇게 잘나지 못했거든’이라며 비꼬고, 해준의 배다른 형인 장춘복의 주유소에서 근무하면서 문제를 일으키고도 ‘내가 일하고 싶어서 일하느냐’며 장갑을 벗어던진다. ‘당신들 진짜 재수없어’라는 독설도 서슴지 않는다. 웨이터와 로드매니저, 운전기사 등 안 해본 일이 없지만 되는 일도 없었던 강경식은 배 다른 형 해준이 검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더욱더 열등감에 빠져 있다.

“강경식이라는 캐릭터를 만나고, 엄마 밑에서 가난하게 살면서 어떻게 지내왔을까 많은 생각을 했어요. 환경이 사람을 만들고 성격을 만드니까 굉장히 모났을 거라고 이해를 하게 됐죠. 표면적으로는 화내고 툴툴대지만 알고 보면 엄마를 안쓰러워하고 아끼는 마음은 누구보다도 커요. 형에 대한 마음도 미움이 전부가 아닌, 그리움 그리고 형제애 같은 마음을 나누고 싶어서 그러는 것도 있고요.”

‘오늘만 같아라’는 세 명의 중년 남자 동창들의 가족을 중심으로 한 사랑과 화해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이야기의 중심은 주유소 사장인 장춘복(김갑수)으로, 고향에서는 별 볼일 없었으나 친구들 중 돈을 많이 번 후 다른 사람들에게는 야박해도 자신의 가족에게는 지극한 사랑을 쏟는다. 친구 재호가 죽자 그의 연인이던 윤인숙(김미숙)과 뱃속의 아이를 책임지며 결혼에 성공한다.

정성윤은 제대한 지 1년 만의 컴백작인 만큼 드라마에 대한 애정과 열의가 남다르다. 비교적 늦은 나이인 27살에 입대를 했고, 드라마는 3년 만의 작품이다. 지난 2002년 배우 한가인과 나란히 출연해 ‘박카스 청년’으로 불렸던 정성윤은 벌써 데뷔 10년 차다.

그의 이름 석 자는 기억을 못해도 박카스 CF에서 한가인의 옆자리를 차지한 광고 스토리를 이야기하면 아직도 기억을 하는 이들이 많다. 정성윤은 CF 하나로 화려한 연예계 데뷔를 치르며 이듬해인 ‘2003년의 유망주’로 꼽히기도 했다.

상명대학교 영화과에 재학중이던 그는 우연히 출연한 CF 하나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지만, 배우의 길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배우 공유와 이유리 등과 함께 출연했던 그의 주연작 SBS 청춘드라마 ‘스무살’(2003)은 조기종영이라는 쓴 경험을 안겼고, 이후 재기를 노렸지만 쉽게 풀리지 않았다.



“당시 ‘스무살’에 같이 출연했던 배우들과는 아직도 연락하고 만나요. 크게 빛을 보지 못한 비운의 작품이었지만 저에게는 소중한 기회였고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죠. 처음 CF로 주목을 받았을 당시 사실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았어요.(웃음) 연예인이 되고 싶어 욕심을 부린 적도 없었고 힘든 일도 없었기 때문에 쉽게 얻어진 명성으로 인해 굉장히 자만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철이 없던 시간이었지만 그로 인해 성숙해지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배우의 삶이 열정으로만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달은 그는 스스로 많은 것을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좌절을 겪고 나서 ‘아줌마들의 모래시계’라 불릴 만큼 높은 시청률을 자랑했던 KBS 아침 드라마 ‘찔레꽃’에 출연하며 연기를 다졌으나, 더 많은 연기를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군에 입대했다.

“입대하면서도 마음이 가볍지 않았어요. 어느 정도 인기와 명성을 얻은 배우들은 모르겠지만, 저는 군대 가기 전에 이 정도는 이뤄야하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컸거든요. 아직 보여드린 것이 없는데, 더 연기 활동을 해야 하는데, 입대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마음만 불안했죠. 그래서 당시 제대하고 나서 연기를 하지 말아야겠다 다짐했어요. 자신감이 많이 결여돼 있었고 자신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송충이가 솔잎을 먹고 살듯이 그에게도 연기는 숙명 같은 존재였다. 결국은 연기에 대한 미련으로 제대 후 다시 연기자로 복귀했다. 그는 “‘정말로 목숨을 걸고 무엇인가를 해본 적 있느냐’고 내 자신에게 물어봤는데 자답을 할 수 없었다”라며 “타고난 재능은 없지만 열정만은 남아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데뷔 때부터 배우 김성수와 조한선 닮은꼴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지금도 거리를 지나다보면 ‘조한선 씨 아니냐’고 묻는 사람이 가끔 있을 정도다. 그는 “내가 데뷔를 먼저 했는데 처음에는 기분이 묘했다”라며 “이제는 내가 형이니까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위안 삼고 있다”고 ‘쿨’하게 말했다.


“‘오늘만 같아라’의 오디션을 보고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는 꿈만 같았어요. 정말 안 믿겨졌어요. 연기하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이번 드라마에서 처음을 하게 됐죠. 지금도 연기할 때는 모르다가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면 그 때 아쉬움이 남고 그래요. 욕심이 생기는 거죠. 예전에는 부끄럽지만 별 생각 없이 연기를 했다면, 지금은 나름대로의 과정을 통해 뭔가 성장한 느낌이에요. 목표가 있으니까 연기를 즐기면서 하게 된 것 같아요.”

극중 지완(이재윤)과 미호(한그루)를 사이에 두고 삼각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일방적인 강경식의 짝사랑일 뿐이지만 투박스럽고 사고만 일으키는 그에게서 귀엽고 풋풋한 면모를 발견할 수 있어 재미를 더 한다.

“극중에서 눈에 힘도 주고, 대사도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촬영 전부터 부담은 갔어요. 술집에서 형과 둘이 술을 마시면서 엄마가 고생한 이야기를 한 장면은 대본 분량이 4페이지 정도였죠.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면서 형 생각 안한 적 없다’고 말하는 대사에서 저도 모르게 울컥하더라고요.”

실제로 검사인 형이 있다면 어땠을 것 같냐는 질문에 “완전 좋아서 도시락도 싸주고 업고 다녔을 것 같다”라고 재치 있게 답하는 그는 “예전에는 NG내면 안된다는 생각에 늘 긴장을 했는데 이제는 여유가 생겼고 뻔뻔해졌다”라며 “엄마로 출연하는 정재순 선생님과 든든한 형인 김승수 선배님이 많이 가르쳐주시고 체크해주셔서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소지섭이 연기한 차무혁 캐릭터를 꼭 만나보고 싶다는 정성윤의 목표는 “늦었지만 늦은 대로 연기자로 인정받는 것”이다.

“같이 연기했던 한 친구는 데뷔한 지 9년 만에 신인상을 받았어요. 늦은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데뷔 10년이 넘었지만 다시 시작하는 마음인 만큼 신인상 받는 것이 목표에요. 기나긴 시간을 통해 얻어진 자연스러운 깊이 있는 연기로 더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사진 이은지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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