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작’에 웃음 주는 ‘코믹 5인방’

‘불후의 명작’에 웃음 주는 ‘코믹 5인방’

기사승인 2012-04-03 10:49:00

[쿠키 연예]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주말드라마 ‘불후의 명작’(제작 스토리티비/ 연출 장형일 김상래/ 극본 김신혜)은 김치 전문 드라마를 표방하는 음식드라마인데다 조리비법서 ‘음식유경’을 둘러싼 배신과 음모가 4대에 걸쳐 펼쳐지는 대형드라마다.

대하사극이 그러하듯 거대한 수레바퀴가 굴러가듯 흐르는 스토리의 장중한 맛은 기본이고, 김치를 비롯해 병을 다스리는 각종 약선음식의 재료와 효능을 설명하다 보니 마치 요리강의 같은 느낌을 주는 장면이 때때로 등장한다. 또 음식을 통해 세상 사람들과 나누고 소통하는 계향(고두심)과 산해(임예진)가 있다 보니 도덕교과서 같은 ‘착한’ 대사들도 많다.

정통 드라마의 진지함도 과하면 해가 되는 법, ‘불후의 명작’에는 중후한 분위기를 중간 중간 깨 주는 ‘약방의 감초’ 같은 장치들을 여럿 장착돼 있다. 영주(이하늬)와 진미(김선경)라는 악녀 캐릭터가 도덕교과서 그 자체와도 같은 선한 인물들 속에 포진돼 있는가 하면 청춘드라마의 기본인 삼각관계와 엇갈리는 사랑, 알쏭달쏭 시청자들을 궁금하게 하는 주인공들의 혈연관계도 드라마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이에 더해 코믹 캐릭터와 이를 맛깔스럽게 연기하는 배우들은 ‘불후의 명작’에 단맛을 주는 가장 강력한 ‘감초’다.

먼저 씩씩하고 천방지축인 ‘캔디형’ 여주인공 금희가 드라마의 분위기를 한층 밝게 한다. 박선영은 기본기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발랄하면서도 능청맞고, 둔하면서도 영민한 금희를 잘 소화해 내고 있다. 금희의 둔함은 자신을 10년간 짝사랑 해 온 건우(고윤후)를 만날 때 극에 달한다. 마치 동성친구 대하듯 얼싸안기는 기본, 하지만 두 방망이질 하는 건우의 심장은 나 몰라라 한다. 금희의 코믹함은 성준(한재석)을 만나면 빛을 발한다. 성준과 티격태격 하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알콩달콩 로맨틱 코미디의 맛을 선사한다. 드라마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오랜만에 만나는 박선영을 반기고 흠잡을 데 없이 깔끔한 연기를 펼치는 그를 칭찬하는 글들이 많다.

31일까지 5회가 방송된 ‘불후의 명작’에서 가장 큰 웃음을 주는 캐릭터는 영주의 아버지 서돈만이다. ‘연습벌레’로 정평이 난 배우 김병기는 MBC 월화드라마 ‘빛과 그림자’에서는 중앙정보부장 김재욱을 맡아 장철환(전광렬)을 상대라 막강한 파워게임을 벌이는 냉혈한이지만 ‘불후의 명작’에서는 그야말로 180도 변신해 다소 모자란 듯한 말과 행동으로 큰 웃음을 주고 있다. 서돈만의 키워드는 ‘무식 콤플렉스’다. 가진 건 돈 밖에 없고, 아는 건 딸 영주와 진미 두 악녀를 사랑하는 것뿐. 그것 말고는 워낙 아는 게 없다 보니 ‘아는 척’하는 사람들을 싫어하고, 상대가 웃기만 해도 “비웃었냐” 다그치며 금력을 이용해 그들을 누르는 재미로 산다.

서돈만의 코믹함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강 비서이다. 최상학은 5회에서도 영주가 말한 TPO(시간,장소,상황)를 못 알아들은 서 회장에게 “티포가 아니라 티피오”라고 설명해 줬다가 되레 “비웃었냐”는 핀잔을 들어야 했고, 그도 모자라 육탄공격을 해 오는 서 회장에게 “아니에요, 제 표정이 원래 그래요”라고 설명하지만 돌아오는 건 발길질이다. 대선배 김병기와 톰과 제리 같은 호흡을 보이며 웃음을 주고 있는데 최상학은 주로 ‘몸 개그’를 담당한다.

금희네가 운영하는 삼대째설렁탕에도 두 명의 코믹캐릭터가 등장한다. 늘 술을 달고 사는 ‘빨간 코’ 만제 아재(정종준)와 사고뭉치 금희의 오빠 금호(신승환)이다. 정종준이 맡은 만제는 약초꾼인데 산을 내 집 드나들 듯 하다 보니 미약하나마 앞날을 내다보는 능력을 가지게 됐다. “가출도 아니고 출가? 머리 깎고 절로 들어간다, 이 말이가. 어쩐지 뒤통수를 보니까 염불소리가 들리더라만은. 그 이상은 보이는 게 음썼고” 식이다. 코맹맹이 사투리와 참견 좋아하는 성격으로 동네 우물가의 아낙과도 같은 입담을 과시하는 모습, 사극에서 장군으로 등장하던 무게감을 버리고 덩치 큰 술주정뱅이로 분한 정종준의 모습이 웃음의 포인트다.


신승환 역시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에서의 무거운 이미지를 벗고 코믹 연기에 힘을 쏟고 있다. 금호는 허황된 돈 욕심에 하는 일 마다 사고, 하는 생각마다 부모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못난 아들로 직장에서 쫓겨나고 부인에게 이혼 당해 삼대째설렁탕에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입만 벌리면 허세에 거짓말이 줄줄 나오는 나쁜 사람이지만 딸 보람(여희구)에게 만큼은 좋은 아빠의 이미지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애잔한 웃음을 준다. “아빠 걱정하느라 다른 애들보다 빨리 늙는다”고 말하는 애 늙은이 딸에게 노화방지 피부마사지법을 알아보자고 답하는 철없는 아빠의 웃음 궁합이 재미있다. 기본적으로는 남들이 속으로는 생각하지만 겉으로는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대신 내뱉어 주는 직설화법이 신승환의 웃음제조법이다.

사진=왼쪽 시계방향으로 박선영, 김병기, 신승환, 정종준, 최상학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