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일본 프로야구에서 공포영화 ‘링’의 원혼 사다코(貞子)가 마운드에 오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지난 25일 밤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지바 롯데와 니혼햄 파이터스의 일본 프로야구 경기에서는 검정 장발과 흰 소복 차림으로 텔레비전 화면을 방금 뚫고 나온 듯한 사다코가 시구자로 등장했다.
사다코는 소설을 바탕으로 1998년 제작된 일본 공포영화 ‘링’의 주인공으로, 한국과 미국 등에서 영화가 리메이크되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호러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프로야구 시구 행사에는 통상 정치인과 연예인, 운동선수, 미모의 여성 모델 등 유명인이 마운드에 오르지만 영화나 만화 캐릭터가 등장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사다코가 영화 속 한 맺힌 원혼의 모습 그대로 마운드에 오르자 도쿄돔 관중들은 함성을 내질렀다. 타자와 포수도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사다코의 공을 기다렸다.
사다코가 베테랑 투수처럼 공을 등 뒤로 숨기고 몸을 90도로 숙여 포수와 구위를 정하는 엉뚱한 동작을 취하자 관중석의 함성은 폭소로 변했다. 사다코는 포수의 미트까지 노바운드로 공을 던진 뒤 그대로 쓰러져 죽는 퍼포먼스로 시구를 마쳤다.
사다코의 이번 시구는 다음달 일본에서 개봉하는 영화 ‘사다코 3D’의 홍보 목적으로 이뤄졌다. 시구자는 17세 고등학교 2학년생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성별은 공개되지 않았다. 일본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이번 시구는 우리나라 야구팬들에게도 소개돼 호응을 얻었다.
우리 네티즌들은 “열도(일본)는 시구 문화도 독특하다. 우리나라도 독특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거나 2007년 시구에서 시속 76km의 빠른 공을 던져 ‘홍드로’라는 별명을 얻은 여배우 홍수아(26)를 언급하며 “홍드로와 한일 시구 대결을 해보자”고 했다.
한편 니혼햄은 사다코의 역투에 힘입어 지바를 5대 1로 격파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 트위터@kco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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