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재평, 이장원으로 구성된 2인조 밴드 페퍼톤스가 2년 반 만에 새 앨범으로 돌아왔다.
페퍼톤스라는 이름은 두 사람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밴드를 결성하고 이름 짓는 데만 3개월이 걸렸다는 이들은 각자 좋아하는 단어를 결합하기로 했다. 신재평은 페퍼를, 이장원은 톤스를 좋아해 두 단어를 결합하니 페퍼톤스가 탄생했다.
두 사람은 카이스트 전산학과 99학번 동기로 아직도 카이스트 출신 밴드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가수로서의 진로를 택하기까지 가족의 반대도 심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가수가 된 것을 단 한번도 후회한 적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가 하고 싶은 건 음악이고 좋아하는 일 하나를 하려면 싫어하는 일 세 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끔 싫어하는 일을 하게 될 때면 ‘내가 뭐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힘들지 않아요.”(신재평)
두 사람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입을 모은다. 음악을 듣고 행복해진다는 사람을 만났을 때 흥이 절로 난다고.
“결성 당시부터 기쁨을 주는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목표가 있어요. ‘우울증을 위한 뉴테라피’라는 이름을 붙여 활동하기도 했죠. 저희도 원래부터 유쾌한 사람은 아니었어요. 노래를 들으며 위안을 받았고 많은 사람들에게도 그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노래를 만들고 있죠.”(이장원)
발랄하고 경쾌한 음악으로 자신의 색을 각인시키며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페퍼톤스. 하지만 이번 앨범은 기존 음반 다르다. 여성 객원 보컬이 노래의 상큼함을 더했다면 이번에는 두 사람이 직접 노래한다. 기존의 앨범들보다 두 사람의 개인적 정서가 담긴 곡들이 많고 화자가 직접 부르는 것이 더 낫겠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앨범은 모험을 단행했어요. 기존 앨범들이 오밀조밀하고 화사한 음악이라면 이번 음반은 화사한 느낌은 아니에요. 또 기존에 꽉꽉 채워 만든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여백과 빈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죠.”(이장원)
전문 보컬리스트가 아닌 이들이 노래를 부르다 보니 약간의 틀린 음정과 거친 음색이 섞이는 것이 당연할 터.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가공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목소리가 밉고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관대한 마음으로 작업했습니다. 편곡적으로도 화려한 것들을 빼고 심플한 밴드 사운드 위주로 담았죠. 음악적인 치장들. 즉 화장기가 쏙 빠지고 노랫말에 담긴 정서가 더욱 살아나기를 기대하고 있어요.”(이장원)
“그동안 하나라도 더 넣기 위한 플러스였다면 이번 앨범은 뺄셈 쪽이에요. 더 담백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노력했고 의외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는다는 것이 기존의 앨범들보다 더 많은 공이 들였죠.”(신재평)
각종 조미료를 빼고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으로 승부하겠다는 페퍼톤스. 새로운 도전을 하는 만큼 두려움도 분명 존재했다. 이번 4집 앨범 ‘비기너스 럭’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 일까.
“늘 앨범을 발매하는 순간은 자신감에 넘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언제나 부족한 점들이 들리기 시작하고 오래 만난 여자 친구처럼 결점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하죠. 그렇기에 더 완성된 다음 음반으로 만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신재평)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앨범 발매일인 24일에 공개됐다. 또 오는 4월 28일과 29일 양일간 열리는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2’와 6월 말에 열리는 단독 콘서트를 통해 팬들과 가까이에서 호흡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오랜 시간 기다려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기다려줘 정말 고맙습니다. 그동안 여러분이 남겨주는 글들과 기다리고 있다는 말 한마디에 큰 힘을 받았어요.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저희가 음악을 하는 힘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결과물을 만들어냈으니 즐겁게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이장원)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이제는 즐길 때입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신재평)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