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영화 ‘코리아’(감독 문현성, 제작 더타워픽쳐스)를 단순히 스포츠영화로 부르기는 아깝다. 스포츠영화의 긴장감과 쾌감을 바탕으로 남북분단의 아픔과 그 안에서 느껴지는 끈끈한 정,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1991년 4월 29일. 41회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 여자 단체전 결승의 날, 남북이 하나된 코리아 팀은 대회 9연패를 노리던 중국을 꺾는 기적을 이뤄냈다. 한국의 탁구 단체전 우승은 무려 18년 만의 일로, ‘코리아’는 이 영광의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영화는 남북이 1990년 KAL기 폭파사건 이후 급격히 경색된 분위기를 만회하고자 체육교류를 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한창 붐이던 탁구의 단일팀 구성이 추진되고 남한과 북한의 선수들은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한팀이 된다.
사상과 이념이 다른 선수들은 티격태격하지만 탁구라는 공통분모로 하나돼 금메달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향해 나아간다. 영화는 46일간 펼쳐졌던 코리아 팀의 뜨거운 도전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펼쳐낸다. 탁구공 하나로 일궈낸 ‘작은 통일’을 재현시키며 감동을 선사한다.중국을 상대로 한
기적 같은 우승의 마지막 경기, 여자 복식전은 현정화 선수를 맡은 하지원과 북한의 리분희 선수를 연기한 배두나에 의해 치러졌다.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데다 ‘눈물’과 ‘감동’이라는 목표점을 향해 쉼없이 달려가는 일종의 스포츠영화 공식을 따르기에 관객 입장에서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문현성 감독과 배우들은 예측 가능한 뻔한 이야기 전개를 가지고도 관객을 울리는, 울지 않고서는 힘들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다만 감동의 눈물 앞 워밍업이 길어 울어야 할 지점이 어디인지 들키고마는 약점은 아쉽다. 또 북한 선수들의 모습과 그들의 이념 등을 남한 선수들과 극명히 대조시키거나 중국 선수들의 비열하고 나쁜 모습만 비춘 점도 세련된 연출로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스포츠를 통해 남북분단의 문제, 남북한 사람들의 심리적 거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하지원은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쿵 하고 마음에 와 닿았다. 통일에 대해 나보다 어린 세대들은 더 관심이 없을 것 같은데 영화를 통해 통일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뭐니뭐니 해도 ‘코리아’ 최고의 미덕은 ‘해운대’와 ‘괴물’로 각각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두 배우 하지원과 배두나의 현실감 넘치는 연기다. 현정화 감독에게 직접 코칭 받은 탁구 폼은 기본이고 두 사람 간의 미묘한 경쟁과 우정의 감정 변화를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살려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영화에 경쾌함을 부여하고 관객에게 큰 웃음을 주는 배우 박철민, 오정세, 김응수 등 조연들의 호연에도 박수를 보낸다.
끝으로 엔딩 스크롤과 함께 등장하는 실제 코리아 팀 선수들의 사진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여운을 더 깊게 한다. 129분이라는 긴 영화에 꼭 필요했는지 의문을 주는, 탁구대회가 끝나고 2년 후의 모습을 보여 주는 후반부의 일부 장면에 비하면 존재감이 큰 엔딩이다. 5월 3일 개봉.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