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작은 영화] ‘이방인들’ 공간에서 마주한 결핍과 치유

[Ki-Z 작은 영화] ‘이방인들’ 공간에서 마주한 결핍과 치유

기사승인 2012-05-05 22:01:00

[쿠키 영화] 인간이라면 누구나 작은 상처 하나쯤은 안고 살아간다. 만약 그것이 가족의 부재라면 그 상실감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영화 ‘이방인들’은 각자의 결핍을 가진 이들이 ‘공간’에서 만나 상처와 상실감을 치유하는 과정을 담는다.

연희(한수연)는 무슨 이유에선지 엄마를 버리고 고향을 떠난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1년 전 화재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제야 고향으로 발길을 돌린다. 그곳에서 같은 사고로 아빠를 잃은 석이(여현수)를 만나고 두 사람은 부모가 지냈던 공간들을 동행한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연희는 어린 시절 매우 좋아했던 교회 지휘자 선생님(김중기)을 만나고, 자신이 살던 집에서 은임이라는 소녀를 마주친다. 연희는 은임에게 우연히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은임의 정체를 뒤늦게 알아차린 연희는 오열한다.

영화는 매우 길고 느린 호흡으로 진행된다. 연희가 고향을 떠나 어떻게 살아왔는지, 엄마는 왜 화재사고를 당했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없다. 다만 자신이 살던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마주하며 그들의 상처와 아픔을 느끼고 이해할 뿐이다.

공간과 영상미를 중요시 생각하는 최용석 감독은 이들의 이야기를 고요하고 고독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사건이 발생할 것 같은 묘한 긴장감을 끌고 가지만 이렇다 할 에피소드 없이 진행돼 관객에 따라서는 다소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최 감독은 후반 15분 동안 영화에 숨겨뒀던 비밀을 풀어내며 관객의 뒤통수를 ‘땅’하고 치는 듯한 반전을 선사한다. 영화 초반에 느꼈던 심심함과 대비돼 더욱 극적으로 다가온다.

‘이방인들’은 탄탄한 줄거리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주를 이루는 상업영화와 정반대되는 성격으로 일반 관객이 이해하기에는 쉽지 않고 인내심이 필요할 수도 있다.

제5회 CINDI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으며 제13회 부산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12세 이상 관람가로 오는 10일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127분.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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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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