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앨범을 내는 가수들이 희망하는 온라인 차트 순위는 다양하다. 막강한 팬을 거느린 유명 가수들의 경우에는 앨범을 내는 당일은 물론 어느 정도 기간 1위를 유지하길 바라고,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가진 가수들은 하루 이틀 1위를 하더라도 상위권을 유지하길 바란다. 신인들의 경우에는 상위권에 머무길 바라지만, 현실적으로는 온라인 차트가 한눈에 보이는 50위 혹은 100위권 내에 꾸준히 유지하길 희망한다.
그런데 가수 에일리는 분명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대형 가수들조차 힘을 못 쓰게 만들었다. 2월 발매한 디지털 싱글 ‘해븐’(Heaven)은 발표 직후 한동안 5위권 밖으로 떨어지지 않더니, 5월인 지금까지도 20위권 전후에서 머물고 있다.
본인은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말하지만, 이에 대해 사람들은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는다. 물론 우선 순위는 에일리의 가창력이다. 어느새 듣는 음악과 보는 음악이 뒤섞여 대중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진 가운데, 에일리의 가창력은 대중들의 귀를 휘어잡기 충분했다. 여기에 에일리가 KBS 2TV ‘불후의 명곡2’에 출연한 영향도 있다고 보는 이들이 있다.
매회 에일리가 무대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인터넷을 잘 모르고, 음악방송을 잘 안보는 세대까지도 휘어잡기 충분했다. 특히 애교 만점인 귀여운 모습으로 이야기하다가, 전주만 나오면 바뀌는 표정에 누리꾼들은 ‘전율이 흐른다’라는 평가까지 한다.
“전 무대에 올라갈 때, 전 당연히 그 무대에 맞게 하는 것인데, 그것을 좋게 이야기해주시더라고요. 노래를 좋아해서 가수가 됐고, 노래가 나오면 연습했던 안무가 자연스럽게 나와요. 즐기는 거죠.”
재미있는 것은 에일리는 ‘불후의 명곡2’ 무대에 서든, KBS 2TV 드라마 ‘드림하이2’에서 연기하든 전혀 떨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소 문화적인 차이가 느껴질 법한 가수들의 무대에, 그것도 ‘전설’이라 불리는 선배 가수들 앞에서도 주눅이 들지 않는다. 또 연기를 제대로 배우지 않았는데도 떨림이 없이 익숙하다.
“그냥 즐긴다고 생각하니까 편해요. 연기도 따로 연습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극중 노래를 부르는 역할로 나오니까 부담이 없더라고요. 사실 ‘불후의 명곡’에서는 노래할 때보다는 대기실에서 토크할 때가 더 떨려요. 제가 잘 못 알아들을 수도 있고, 말도 잘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토크나 인터뷰할 때가 더 떨리고 조심스러워요.”
에일리는 갑자기 나온 가수가 아니다. 태어난 이후 2010년까지 줄곧 미국 뉴저지에 살면서 7년간 가수의 꿈을 꿨다. 언더 무대에도 모르긴 했지만, 미국에서는 기획사에 정식으로 계약을 하지는 않았다. 미국에서 데뷔 후 한국 진출이 더 수월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에일리는 ‘한국 가수’를 꿈꾼 것이다.
“미국에서 가수를 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 아니고 제의도 많이 들어왔지만, 궁극적으로 한국에서 데뷔를 하고 싶었어요. 어릴 적에 봤던 것이케이팝(K-POP)이었고, 그래서 한국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미국에서 데뷔하고 싶기도 했지만, 거기서 데뷔하면 미국가수잖아요. 만일 한국에서 데뷔해 미국으로 건너가면,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가 될 수 있잖아요. 그게 되고 싶었어요.”
에일리가 빠른 시간 안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지만, 동시에 이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 다음 앨범이나 활동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에일리 역시 이런 부담에서 벗어나기는 어렵지만, 동시에 신인 가수로는 운 좋게도 자신의 색깔과 대중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빨리 접한 셈이다.
“너무 빨리 관심을 받아서 지금 열심히 앨범을 준비하고 있는데, 사실 어떻게 해야 될 지 고민돼요. ‘해븐’ 활동은 나만의 음악색깔을 보여주자라고 생각해서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천천히 가자고 계획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있었던 거죠. 다음 앨범을 준비하면서 이번에도 나만의 색깔로 가야하는지, 아니면 대중성 있는 곡으로 가야하는지 고민하고 있죠.”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트위터 @neocross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