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강지환은 영화 ‘영화는 영화다’에서 고집 세고 오만한 스타로 분해 7개의 신인상을 탔고, 영화 ‘7급 공무원’에서는 2% 부족한 허당 국가정보요원으로 등장해 몸을 사리지 않는 코믹 연기를 펼치며 배우로서의 양면적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지난달 31일에 개봉한 영화 ‘차형사’ 역시 코미디 영화로 ‘7급 공무원’의 신태라 감독과 3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췄다.
‘차형사’는 뚱뚱하고 더러운 비호감 형사 차철수가 패션계에서 은밀하게 발생하는 마약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2주 만에 20kg을 감량해 모델로 위장투입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강지환은 실감 나는 연기를 펼치기 위해 실제 12kg을 찌웠다 다시 13kg을 빼는 놀라운 몸무게 변화를 보여 줬다.
영화 홍보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강지환을 지난 5월 24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카페에는 ‘차형사’의 OST가 흘러나왔고 강지환의 살찌는 과정과 빼는 과정이 담긴 폴라로이드 사진이 전시돼 있었다. 이뿐 아니라 촬영 현장과 에피소드 들이 담긴 사진과 글들이 벽 전면에 붙어있어 마치 ‘차형사 월드’ 같은 느낌이었다. 그는 “영화에 대한 이해와 홍보를 돕기 위해 직접 준비했다”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영화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살을 찌우고 빼며 애착이 커진 영화인데다 제목이 자신의 캐릭터를 딴 ‘차형사’이니 선봉에 서서 최선을 다하는 게 당연하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인터뷰는 자연스레 ‘살’ 이야기로 흘렀다. 실제 10kg이 넘는 몸무게의 변화를 보이지 않더라도 분장을 통해 충분히 표현할 수 있었지만 “한없이 가벼워질 수 있는 코미디영화에 ‘진심’과 ‘무게’를 담기 위해 체중의 변화를 직접 실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분장을 통해 뚱뚱한 모습을 연출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 그래도 가벼운 코미디영화에서 캐릭터마저 인위적이면 영화가 힘을 잃을 것 같았어요. 배우가 살을 찌웠다 빼는 노력을 하면 영화에 무게가 실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내린 결정입니다. 하지만 막상 해 보니 후회의 연속이었습니다(웃음).”
살을 찌우기 위해 하루 6끼씩 먹었고 닭가슴살을 갈아 마셨다. 이런 노력 덕분에 6주만에 12kg을 찌웠지만 더 큰 고통이 기다리고 있었다. 찌웠던 살을 빼고 탄탄한 근육의 ‘몸짱’으로 거듭나야 했기 때문. 그가 말하는 다이어트 비법은 ‘무조건 굶기’와 ‘운동’이다.
“급하게 빼야 했기에 주야장천 굶었습니다. 음식물 대신 종합비타민만 챙겨 먹었고 매일 줄넘기, 뛰기, 윗몸일으키기 등의 운동을 했죠. 그 와중에 촬영도 해야 했기에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완성된 몸을 보여 줘야 하는 날짜는 다가오는데 몸은 안 만들어지고, 체력 저하에 대사까지 잘 안 되니 매일이 공황상태였고 늘 예민해 있었습니다. 정말 그 기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네요(웃음).”
다이어트로 인해 촬영 내내 예민해져 있었지만 상대배우 성유리와의 찰떡 호흡으로 고통의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다. 그는 여주인공에 성유리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코미디영화는 상대배우와의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감독님이 몇 분을 말씀하셨고 그중에서 ‘쾌도 홍길동’에 함께 출연해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성유리 씨가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에도 즐겁게 촬영했는데 두 번째 작품을 함께하니 더할 나위 없이 좋더라고요. 최고의 파트너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감독님도 ‘핑클 짱!’을 외치셨고요.”
강지환은 종종 지적되는 목소리와 발음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배우에게 있어 눈빛과 표정 연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확한 대사 전달이다. 평소 ‘웅얼웅얼’ 거리는 언어 습관은 연기 속에도 고스란히 배어 나왔고 이를 고쳐보고자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다니며 발음연습에 매진하기도 했다.
“발음을 명확히 하지 않는 편입니다. 펜을 물고 연습하기도 했는데 자꾸 문제점으로 지적되다 보니 신경이 많이 쓰이더군요. 발음을 신경 쓰는 순간 눈빛과 감정이 흐트러지고… 한때는 발음을 포기하고 눈빛과 다른 것을 보완해 ‘나만의 스타일’로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가능하면 단점이었던 것을 보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문에 아나운서 학원을 두 달 정도 다니며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애썼습니다.”
배우로서의 길을 멀리 보고 한걸음씩 노력하며 나아가는 그는 ‘영화는 영화다’를 통해 신인상을 받았을 때 “다음에는 꼭 남우주연상을 받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 작품에서 그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까.
“남우주연상을 꿈꾸지만 코미디영화로는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후보에는 꼭 올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직 코미디영화는 다른 장르에 비해 조금 아래로 다뤄지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인데, 이번에 찌웠다 뺐다 하며 촬영해 보니 다른 장르 못지않게 공이 들어가는 장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때문에 코미디영화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보는 것이 제 개인적 소망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 사진=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