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사랑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세상을 다 잃은듯한 아픔과 고통을 주다가도 어느 순간 온 세상이 내 것인 듯한 기쁨과 행복을 안긴다. 영화 ‘시작은 키스!’는 사랑을 잃은 여자가 그 슬픔을 이겨내는 과정을 달콤 쌉싸래하게 담아낸다.
사랑하는 이의 부재. 그것이 죽음이라면 고통은 말할 수 없이 크다. 남편을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잃은 나탈리. 그녀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리고 슬픔을 잊고자 일에 몰두하지만 예전의 웃음과 활기는 찾아볼 수 없다. 빼어난 미모 덕에 수많은 남자들이 다가오고, 그녀 역시 과거의 아픔을 털어내고 새로운 만남을 가져보려 하지만 닫힌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그러나 의외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못생기고 존재감 없는 남자 마르퀴스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탈리는 자신도 모르게 부하직원 마르퀴스에게 키스를 퍼붓고 이는 새로운 사랑을 하는 출발점이 된다.
촌스러운 패션 감각에 망가진 몸매, 반쯤 벗겨진 머리숱을 지닌 마르퀴스. 자신도 인정할 만큼 부족한 외모 탓에 사랑을 받아본 적도 사랑을 쟁취할 용기도 없는 남자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나탈리의 키스에 혼란스럽고 그녀에게 서서히 빠져들지만 상처받지 않기 위해 그녀에게 마음을 주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원하든 그렇지 않든 일로 마주 해야 하는 두 사람. 마르퀴스는 나탈리의 눈조차 마주치지 못한 채 피해 다닌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설명. “난 사랑에 빠지고 말 거예요. 때문에 당신을 보지 않겠어요.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니까. 가슴 찢기는 것보단 그게 나아요.”
이토록 엉뚱하고 귀여운 마르퀴스에게 나탈리는 서서히 매력을 느낀다. 그리고 서서히 발견되는 마르퀴스의 편안함과 유머감각, 배려심은 다신 사랑에 빠질 수 없을 것 같던 나탈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사랑에 서툰 남자의 모습을 섬세하고 재치 있게 묘사해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특히 나탈리를 연기한 오드리 토투는 사랑의 상실로 인한 고통과 슬픔, 새로운 사랑으로 느끼는 설렘 등 사랑에 빠질 때 겪게 되는 다양한 감정과 행동 변화를 특유의 사랑스러운 표정과 연기로 고스란히 담아낸다. 길을 걷다가도 마르퀴스 생각에 빙그레 미소 짓고 사랑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는 표정은 보는 이 마저 설레게 한다. 이를 통해 영화는 사랑을 잃고 방황하고 있거나, 새로운 사랑이 두려운 이들에게 ‘용기’를 전한다.
다비드 포앙키노스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하며, 포앙키스가 영화 연출을 직접 맡았다. 오는 14일 개봉.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