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아톤’ 실제 주인공 지금 뭐하고 있나 봤더니…

영화 ‘말아톤’ 실제 주인공 지금 뭐하고 있나 봤더니…

기사승인 2012-06-03 23:49:01

[쿠키 사회] “심부름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곳(커피숍)에서 일하는 게 재밌습니다.”

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 샘물교회 1층 말아톤복지재단의 커피숍 ‘올커피앤티’에서 만난 배형진(30)씨는 일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자폐성 장애아를 소재로 한 영화 ‘말아톤’의 실제 인물인 그는 20개월째 매주 1회씩 이곳에서 실습 직원으로서 본격적인 홀로서기를 준비 중이다.

말아톤복지재단 이사인 배씨의 어머니 박미경(53·강원도 원주시 명륜동)씨는 그동안의 생활과 근황을 얘기했다. 배씨는 2003~2005년 경기도 하남의 악기부품 생산업체에 다녔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포기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영화 이후 세간의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배씨와 박씨를 힘들게 했고, 박씨의 건강이 크게 악화돼 서울을 떠났다는 것이다. 박씨는 “몸이 크게 상해 힘들었는데 아들이 이끄는 대로 5년간 강원도 치악산을 오르면서 건강을 많이 회복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배씨와 박씨는 2005년 5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 모은 영화 ‘말아톤’을 통해 온 국민에게 인간승리의 감동을 안겨줬었다. 우리 사회가 ‘자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박씨 모자는 3년 전부터 재단 커피숍에 관심을 가졌다. 일주일에 한 차례씩 재단 홍보대사 등 관련된 일을 하다가 2010년 11월부터 커피숍에서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시급 4580원을 받고 실습을 시작했다. 배씨는 간단한 계산, 홀서빙, 손님 응대, 설거지, 테이블 정리 등을 하고 있다.

배씨의 홀로서기는 아직 멀다. 그래서 배씨의 홀로서기 훈련장소는 재단이 운영하는 분당선 모란역 인근 장애인 공동생활가정 ‘쉴 만한 물가’로 정해졌다. 앞으로 매주 3일간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커피숍에서 주 15시간 이상 일하게 되면 정식 근로자가 돼 4대 보험에도 가입된다. 박씨는 “형진이가 홀로 설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발견한 것 같다”며 “아들이 앞으로는 홀로서기를 더 잘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자신에 찬 표정을 지었다. 배씨는 요즘 어머니와 동행하지 않고도 혼자서 버스를 타고 성남과 원주를 오갈 정도로 길에 익숙해졌다.

박씨는 발달장애인 지원체계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정부와 국회에 대한 주문도 잊지 않았다. 그는 “19대 국회의 첫 법안으로 발달장애인지원법안이 제출됐지만 일본처럼 장애인에 대한 정부급여와 함께 장애인 본인이 일해 소득으로 얻을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남=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조현우 기자
jc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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