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하더니 이젠 “십자가” 들먹…종북 공방 ‘점입가경’

“간첩”하더니 이젠 “십자가” 들먹…종북 공방 ‘점입가경’

기사승인 2012-06-08 14:46:01
[쿠키 정치] 최근 정치권을 휘감고 있는 ‘종북(從北)·사상검증’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여권에서 ‘간첩’ 발언이 나와 야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과거 종교탄압 사례를 사상검증 필요성 주장에 연결시킨 발언이 나왔다.

3성 장성 출신인 한기호(61) 새누리당 의원은 8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나와 정치권의 종북 논란에 대해 “사상이 달랐다는 게 아니라 (종북 의원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들이) 국가를 무너뜨리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시각으로 보고 있다”며 “저희들이 갖는 생각은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고려연방공화국을 세우자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된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한 의원은 종북 의원을 가려낼 수 있냐는 질문에 “얼마든지 가려낼 수 있다”며 “옛날에 천주교가 들어와서 사화를 겪으면서 십자가를 밟고 가게 한 적이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한 의원의 ‘십자가’ 발언은 조선 말기와 일본의 막부 시대에 금지령이 내려졌던 천주교도를 색출해내기 위한 목적으로 십자가나 후미에(踏み?·예수 그리스도나 성모 마리아를 새겨넣은 금속판)를 밟게 했던 것을 이른다. 신자로 의심되는 이가 밟고 지나가도록 해 동요하는 기색을 보이면 체포한 과거의 종교탄압 방식을 정치권의 이념 공방 문제와 연계시켜 표현한 것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의 ‘간첩 발언’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이한구의 입’ 당신이 말했다. ‘간첩 출신이 국회의원이 되려 한다’고”라며 “간첩 출신이 누구인지 밝혀라”고 실명 공개를 요구했다. 이어 “당신의 입을 지켜보겠다”며 “입으로 흥한 자 입으로 망한다”고 덧붙였다.

또 박지원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이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이라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우리 정치권에선 종북주의자, 심지어 간첩 출신까지도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서고 있는 마당”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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