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모바일의 반란’이었다. 민주통합당 6·9 전당대회에서 이해찬 대표가 대역전승을 한 것은 당원·시민선거인단의 모바일 표심 때문이었다. 이 대표는 지도부 경선 지역순회 대의원 투표에서 ‘이해찬-박지원 역할 담합’으로 역풍을 맞아 당권에서 멀어지는 듯했으나 모바일 투표에서 이겨 최종 승자가 됐다.
하지만 승부는 0.5% 포인트 차이로 그야말로 박빙이었다. 이 대표는 30%가 반영된 대의원 투표에서 패했다. 10차례의 지역순회투표에서 김한길 최고위원에게 210표 뒤졌다. 상대 전적에서도 2승8패로 크게 밀렸다. 당일 공개된 수도권과 정책대의원 투표마저 김 최고위원에게 밀렸다. 재외국민투표 분야에서만 신승했을 뿐이다. 30%의 가중치를 부여해보니 1만6326표(19.55%)로 김 최고위원에게 2.9% 포인트나 뒤졌다.
그러나 당심과 민심은 일치하지 않았다. 모바일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두 진영의 낯빛이 달라졌다. 이 대표가 6만5214표를 획득해 김 최고위원을 2400여표 차이로 제쳤고 현장투표 득표수와 합쳐 70%의 가중치를 적용하니 이 대표가 5만1333표, 김 최고위원은 4만7438표였다. 결국 대의원 득표수와 당원·시민 선거인단의 득표수를 더한 두 후보의 최종 표 차이는 1637표에 불과했다.
살얼음판 위에 서 있던 이 대표가 마지막에 웃는 순간이었다. 선거기간 19일 내내 선거판을 주도했던 김한길 최고위원은 간발의 차로 쓴잔을 마셔야 했다. 당 안팎에서는 친노무현 성향이 강한 시민단체와 젊은층이 대거 모바일 투표에 참여해 이 대표를 지지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여기에 새누리당의 종북(從北) 공세를 ‘색깔론’으로 맞받아친 이 대표의 선명성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확실한 지지기반이 없는 김 최고위원은 막판 뒷심 부족을 실감해야 했다. 김 최고위원 측은 “모바일 동원력의 힘이 컸고, 지난 4년간의 정치공백이 약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모바일 투표는 다른 후보들의 순위도 바꿔 놓았다.
유일 여성 후보인 추미애 최고위원은 모바일 투표에서 선전하며 당당히 3위를 차지했다. 지역순회 대의원 투표에서 7위에 머물렀던 이종걸 최고위원은 5위로 지도부 입성에 성공한 반면 조정식 후보는 모바일 투표에서 꼴찌를 기록해 문용식 후보와 더불어 낙선의 눈물을 삼켜야 했다. 인지도가 낮은 게 결정적 원인이었다. 당내 ‘486’ 대표주자로 주목받았던 우상호 최고위원도 6위로 턱걸이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