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역 실종녀’ 귀가 후 머리 잘린채 감금…펑펑 울고 있어”

“‘공덕역 실종녀’ 귀가 후 머리 잘린채 감금…펑펑 울고 있어”

기사승인 2012-06-14 11: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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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지난 주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구며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이른바 '공덕역 실종사건'의 담당 형사가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뻔한 사건의 진실을 밝혀나간 과정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여대생이 친할머니집에 있다가 귀가 후 의붓아버지로부터 곧바로 가혹행위를 당하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전했다.


이번 수사를 지휘한 서울 용산경찰서 정경택 형사과장은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실종자(여대생)가 일요일(10일) 오후에 귀가한 후 친구로부터 우리 직원에게 전화가 왔다"며 "삼촌(의붓아버지)이라는 사람이 실종자를 감금시켜놓고 못 나가게 하고 이러다 누구 하나 죽을 것 같으니 빨리 와달라는 다급한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출동해서 집에 도착해 들어가보니 실종자가 머리카락이 깎인 상태로 펑펑 울고 있었다"며 "그래서 의붓아버지로부터 분리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수년간)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진술이 있었다. 그래서 긴급체포를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 가출 해프닝'으로 끝나버려 다시금 의붓아버지의 마수(魔手)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할 뻔한 19세 소녀의 아찔한 상황이 전화 한 통으로 인해 극적으로 파헤쳐지는 순간이었다.

정 과장에 따르면 경찰에 이 사건이 접수된 것은 6일 오후 10시 30분쯤.

용산서 실종수사팀은 신고 접수 즉시 실종자 모친 동거남과 함께 이태원 지하철역 CCTV를 확인하고 실종자 친구 등 주변인 및 관계기관 협조 의뢰 등 다각도의 수사를 펼쳤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감지되는 이상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정 과장은 "수사하면서 모친하고 동거남하고 협조가 안 됐다. 실종자 친부의 연락처 등 가족 사항에 대해서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실종 사건이 접수되면 가족이나 주변인물 관계 조사가 기본인데 이혼한 친아버지가 있음에도 연락처 등을 알려주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또 수사 과정에서 비상식적인 언행들이 있었고, 직원들이 모친을 만나는 것을 동거남이 싫어했다.

정 과장은 "이런 석연치 않은 일들이 있었는데 10일 새벽에 트위터에 공덕역 실종녀라는 제목으로 사진과 인적사항을 올려놨다"며 "내용에는 집사람이 자살기도를 했고 하반신 불구가 됐으며, 경찰이 단순가출이라고 수사를 하지 않는다는 등 허위사실을 기재해서 의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경찰은 줄기차게 요구한 끝에 이혼한 친아버지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했고, 실종자가 집에 왔다가 할머니집으로 갔다는 말을 듣게 됐다.

정 과장은 "가혹행위는 6, 7년 전부터 일상화됐던 것 같다"며 "피해자의 명예와 관련돼 있기 때문에 (어떤 가혹행위가 있었는지는)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다. 실생활에 있어서 상당히 통제가 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실종자가 상당히 불안해한다. 관내 대학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 놨다. 지금 경찰에서도 트위터에 올려놓은 사진 인적사항을 삭제하고 내려달라고 계속 요구하는데 우린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권한)이 없다"며 제2의 피해 예방을 위한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동참을 촉구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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