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 직장여성이 어떻게… 유혹한 거 아니에요?”… 성폭력 피해자 또 울린다

“27살 직장여성이 어떻게… 유혹한 거 아니에요?”… 성폭력 피해자 또 울린다

기사승인 2012-06-22 21:57:01

검·경 조사과정 ‘2차 피해’ 대책 워크숍

[쿠키 사회] “27세나 된 직장 여성이 어떻게 성폭행을 당할 수 있죠? 유혹한 것 아닌가?”

성폭행 피해자였던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화가 치솟았다. A씨는 “가해자가 가해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마저 제가 유혹해서 생긴 일인 것처럼 조롱하듯 이야기해 조사받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와 경찰청이 22일 서울 휘경동 경찰수사연수원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성폭력 피해 아동·장애인 진술조사분석 전문가 워크숍’에서는 A씨와 같은 2차 피해 사례가 쏟아져 나왔다. 성폭력 2차 피해는 경찰·검찰·법원 등 사법기관과 의료기관 등으로부터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피해 사실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어린이나 지적 장애인의 경우 2차 피해로 인한 인권 침해를 당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유치원에서 성추행을 당한 최모(5)양은 의사 표현조차 제대로 하기 힘든 나이에 3차례나 7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 최양 부모는 아이가 조사과정에서 입은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며 2005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 일부 승소 판결을 받기도 했다.

한국성폭력연구소에 따르면 2차 피해 유형으로 피해자가 비난을 받거나 성폭력 사실 자체가 부인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나 검찰이 합의를 강요하거나 피해 사실을 여러 번 이야기하도록 해 불안감을 주는 등의 피해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2차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피해자들이 전문가들로부터 충분히 도움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경찰·검찰·판사 등 사법절차 담당자들의 인식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13세 미만 아동과 장애인의 성폭력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여성부는 지난해부터 ‘성폭력피해 아동·장애인 진술조사분석 전문가’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전국에 원스톱센터 16곳, 해바라기센터 6곳이 있지만 전문가가 배치된 곳은 10곳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전문가가 상주하고 있는 원스톱센터나 해바라기센터까지 방문하지 못해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성폭력 피해자는 고스란히 2차 피해에 노출되는 실정이다.

대전원스톱센터의 최유정(32·여) 진술조사분석 전문가는 “어린이나 장애인은 편안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아야 신빙성 있는 진술이 나온다”며 “경찰서의 권위적인 분위기 등이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면서 다양한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전문가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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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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