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괜히 ‘애교’ 부렸다가…네티즌 “이러니 수사가…”

검찰, 괜히 ‘애교’ 부렸다가…네티즌 “이러니 수사가…”

기사승인 2012-07-14 16:20:01


[쿠키 사회] 검찰이 인터넷에 올린 과중한 업무량을 부각시키는 글에 네티즌 반응은 영 개운치 못하다. "고생 많다"는 응원과 위로의 반응도 많았지만 오히려 스스로 '도마'에 올라간 꼴이 돼 버렸다.

대검찰청 대변인 공식 트위터(@spo_kr)에는 13일 "남들 다 하는 미팅은 고사하고 거울도 안 보고 공부만 했습니다. 거악을 척결하고 싶었습니다. 마침내 손에 넣은 신분증, '검사' 두 글자가 눈물 겨웠습니다. 첫 출근을 했었습니다. 책상 위에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곧 무게중심을 잃고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서류더미 사진이 올라왔다.

이어 "'이, 이게 뭐, 뭔가요?' '음주·무면허·교통사고 사건이야. 한 100건 되는데 내일까지 되겠지?' 묵묵하게 처리했습니다. 하니까 되더군요. "어, 수고했어. 이거 가져가. 폭력 50건이야. 내일까지 알지?"라며 일례의 상황극과 같은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마지막으로 "검사 한 명이 하루에 몇십 건을 볼 때도 있고, 한 사건으로 검사 여러 명이 몇십 일을 고민할 때도 있습니다. 다단계 사건처럼 피해자가 수백 명이면 기록 하나 두께가 1미터씩 되기도 하고, 어쩌다 가끔 한가한 날도 있습니다. 사람 사는게 다 그렇죠"라며 마쳤다.

검사들이 평소에 엄청난 업무량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친근한 느낌으로 푸념하듯 올려 본래 공식 트위터 운영 취지인 소통과 홍보 효과를 살려보려 한 것이다.

이 세개의 글은 각각 100~400회가 넘는 리트윗을 기록할 정도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렇게 고생하시는 줄 몰랐다. 힘내라" "눈물겹다" 등 응원의 멘션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곱지 않은 시선의 네티즌들도 상당했다.

아이디 @kc*****는 "그러니 수사가 제대로 되겠냐", @py**은 "이런 사건까지 왜 끌어안고 인력 낭비인지. 검사는 선별해서 중요 사건만 기소 판단하면 안 될까", @db****는 "검찰청 홍보성 글, 조금 손보니 자승자박이네"라며 효율성에 대한 고민 없이 씁쓸한 현실마저 홍보로 활용하는 모습을 비판했다.

특히 @tr********는 장문의 글을 통해 "서류(사진에 나온 서류더미)는 경찰에서 수사를 마무리한 뒤 검찰로 송치된 서류들이다. 사건 하나, 수사서류 한 페이지마다 진실을 밝히고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야 할 소중한 서류들"이라며 "'검사들의 일상이 이렇게 바쁘고 정신없는데, 경찰에서 작성·송치된 이 많은 서류의 내용을 꼼꼼히 수사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검사는 법률을 검토하고 경찰에서 송치된 '기소와 공판' 업무에만 집중한다면 더욱 효율적이지 않을까?"라며 검찰과 경찰 간의 수사권 분쟁이란 화두를 던졌다.

이어 그는 "수사는 범죄 혐의 유무를 밝히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고 범인을 찾는 활동을 말한다. 현재 전체 수사의 98%를 경찰이 하고 있다"며 "실제로 현장에서 범인을 검거하고 증거물을 수집하는 수사전문가는 경찰이다. 하지만 검사는 이 사건을 책상 앞에서 서류를 통해 수사한다"고 꼬집었다.

검찰로서는 가뜩이나 이미지도 안 좋아져 서류더미 사진과 함께 '애교' 섞인 글로 홍보 좀 해보려다 검·경 간의 오랜 갈등인 수사권 문제에 대한 논란만 자초한 셈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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