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한낮의 기온이 30℃까지 오르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여름은 습도까지 높아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잊기 위해 습관처럼 맥주 한두 잔을 찾게 되는 계절이다. 시원한 맥주 한 잔은 하루의 피로와 스트레스는 물론 더위까지 잊게 만들어주는 청량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음주 습관은 통풍을 유발할 수 있고 대사 질환으로 발전하기도 해 건강에 큰 해를 줄 수도 있다.
◇요산 배출 안 될 때 발병하는 통풍, ‘맥주’ 특히 위험= 통풍(痛風)은 ‘바람에 스치기만 해도 아프다’는 뜻의 이름이 붙을 정도로 심각한 통증을 동반하는 질환이다. 체내에서 퓨린(purine)이란 물질이 분해 되면서 요산이 생성되는데 이 요산이 몸 밖으로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면 통풍이 발병한다.
단백질의 한 종류인 퓨린은 우리 몸의 세포가 파괴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기기도 하고 음식을 통해 섭취되기도 한다. 어류, 육류 등 대부분의 음식에 퓨린이 포함돼 있어 일상생활에서 비교적 쉽게 섭취가 이뤄진다. 따라서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을 즐겨 먹을수록 요산도 많이 생기기 때문에 통풍에 걸릴 위험도 그만큼 크다.
특히 맥주는 막걸리나 와인에 비해 최고 6배나 많은 퓨린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는 다른 식품보다 월등히 높은 함량 수치다. 맥주에 함유된 퓨린은 알코올과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다량의 요산을 생성해 체내 요산치를 급격히 높인다. 또한 알코올 자체가 요산이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음주가 잦을 경우 통풍 발생확률 역시 높아진다.
정진원 바로병원 원장은 “체내의 요산은 대부분 노폐물과 함께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생성과 배출의 균형만 잘 조절되면 건강상에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습관적인 음주는 몸의 균형을 무너뜨려 통풍의 발병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증으로 시작해 전신성 대사 질환으로 증상 악화돼= 통풍은 4단계를 거쳐 증상이 악화된다.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지만 요산이 점점 축적되는 ‘무증상 고요산혈증’으로 시작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급성 통풍성 관절염’ 증세로 발전한다. 그 후 오랜 시간에 걸쳐 통증이 간간이 나타나는 ‘간헐기 통풍’을 거쳐 관절 주변에 요산 결정이 맺히는 ‘만성 결정성 통풍’으로 악화된다.
주로 통풍의 증세는 다리나 발가락 관절, 발목 관절에 나타난다. 요산결정이 인대와 관절 안쪽까지 침착 돼 굳은살이 박힌 것처럼 보이고 하얀 색의 요산덩어리들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통풍이 오랜 기간 지속될 경우 관절 이외에 다른 부위에까지 통풍 결절이 생겨 간단한 젓가락질조차 힘들어진다. 특히 통풍으로 쌓인 요산이 신장으로 배설되면서 신장에는 계속 상처가 생기는데, 이로 인해 신장의 기능 역시 점차 떨어지게 된다. 통풍이 악화될수록 신장을 비롯한 신체 장기의 기능이 저하되고 비만, 고지혈증, 고혈압, 동맥경화 등 전신성 대사 질환이 동반된다.
◇생활 속 관리로 예방과 증상 완화 가능= 30~40대 남성에게 주로 나타나던 통풍은 최근 잦은 폭식과 과음 등으로 발병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통풍은 충분히 예방과 증상 완화가 가능한 질환이기 때문에 식습관 개선과 꾸준한 운동 등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좋다.
먼저 통풍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규칙적인 식습관을 유지하며 항상 충분한 수분 섭취를 해줘야 한다. 특히 통풍을 앓고 있는 경우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 섭취를 제한하고 통풍 환자에게 맞는 식습관으로 바꿔야 한다.
통풍 환자가 먹어도 좋은 음식으로는 두부, 달걀, 저지방 유제품, 우유, 채소 등을 꼽을 수 있다. 육류와 생선(등푸른 생선 제외), 시금치, 버섯, 콩 등은 통풍이 회복된 후에야 섭취가 가능하다. 반면 건강식으로 알려진 고등어, 멸치, 잡곡밥 등을 비롯해 청어, 오징어젓갈, 소고기무국 등은 퓨린 함량이 높아 통풍 환자들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어류, 육류 등 대부분의 음식에는 퓨린이 함유돼 있기 때문에 음식을 조리할 때 재료를 데치거나 삶게 되면 퓨린을 제거할 수 있다. 또한 국이나 탕의 국물을 다 섭취하지 않고 건더기만 먹는 것도 퓨린 섭취를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이철우 바로병원 원장은 “통풍을 예방하거나 증상완화를 위해 식단 조절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운동과 체중 조절도 필요하다”며 “통풍과 성인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평소 폭식과 과음을 줄여 건강을 관리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