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나라가 “금메달!” 외치던 그날 밤…한 소방관의 죽음

온나라가 “금메달!” 외치던 그날 밤…한 소방관의 죽음

기사승인 2012-08-02 16:07:01

[쿠키 사회] ‘올림픽’이 뒤덮고 있는 온라인에서 2일 한 소방관의 숭고한 죽음이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예상치 못한 금메달 3개가 쏟아져 나온 1일 밤 화재현장에서 피해자 수색 작업을 벌이다 추락사한 부산 북부소방서 삼락 119구조대 소속 김영식(52·사진) 소방위의 이야기다.

이날 오후 4시 19분쯤 부산 감전동 모 안전화 제조 공장.

2층 창고에서 붙은 것으로 추정되는 불이 순식간에 5층 건물 전체로 번졌다. 건물 뒤편으로부터 불어 온 강풍의 영향을 받은 탓이었다.

근무 중이던 직원들 중 약 40명은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지만 5층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던 직원 10여 명은 순식간에 치솟아 올라온 불에 옥상으로 올라갔다. 비상계단을 통해 내려가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옥상까지 밀어닥치는 화염에 직원 2명이 5층 계단 복도로 난 창문을 부수고 몸을 던져 건물 15m 아래로 뛰어내렸다. 이 중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옥상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며 소방대원들의 구조를 기다리던 나머지 직원들은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은 상황에서 건물 옥상으로 접근한 소방 당국의 고가사다리차를 이용해 현장을 빠져 나왔다.

이날 진화 및 구조작업에는 소방대원 150여명, 소방 헬기, 50대가 넘는 소방차가 동원됐다.

전국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질 정도의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도 소방대원들은 유독가스를 견뎌내며 화재 진압에 나섰지만 강풍을 머금은 ‘화마’는 좀처럼 잡히질 않았다.

오후 4시19분쯤 시작된 화재는 오후 9시가 다 돼서야 건물의 대부분을 태운 채 진화됐다.

현장은 말 그대로 아찔함 그 자체였다.

서서히 잠잠해지나 싶었던 현장에 1시간이 약간 넘어 비보가 날아들었다.

오후 10시 20분쯤 혹시나 있을지 모를 인명피해 수색 작업에 투입됐던 김 소방위가 건물 5층에서 작업 중 2층으로 추락한 것이다.

김 소방위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김 소방위의 안타까운 죽음은 올림픽이 한참 치러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위터 등 온라인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트위터 아이디 ‘@jd*****’가 작성한 ‘온 국민이 금메달에 환호하던 어젯밤, 부산 북부소방서 김영식 소방위가 신발공장 화재를 진화한 뒤 혹시나 있을지 모를 피해자를 찾다가 추락사하였다고 합니다. 올림픽도 좋지만 이런 영웅이 묻혀서는 안 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멘션은 2일 오후 전체 리트윗 횟수 순위를 집계해주는 사이트(www.followkr.com)에서 2위에 올라있다.

문성근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소설가 공지영 등 유명인사들도 고인의 명복을 비는 멘션에 동참했다.

북부소방서 관계자는 “김 소방위는 1985년 소방관에 임용된 28년 경력의 베테랑이었다”며 “평소 소방관이란 일에 대해 불평이나 불만을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항상 후배들을 친동생처럼 챙기던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김 소방위가 사망한 시각은 1일 오후 11시 20분쯤. 김 소방위가 숨을 거두고 10분이 지나 김장미 선수가 금메달을 딴 여자 25m 권총 결승이 열렸고, 이내 온 나라는 “금메달”을 외치는 환호성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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