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영화 ‘러브’는 서로 다른 모양의 세 가지 사랑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낸다. 환경과 상황, 가치관 등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은 ‘사랑’이라는 공통분모로 퍼즐처럼 맞춰진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넌지시 질문을 던진다.
첫 번째 이야기는 톱스타와 가난한 남자의 사랑이야기. 인기스타 조이 팡(서기)은 아내와 이혼한 돈 많은 사업가 루(유승택)와 함께 산다. 생활비와 카드값을 내주고 온갖 명품을 사다 주는 루에게 기생해 사는 삶. 조이 팡은 스스로를 ‘걸레’ 같은 여자라고 한다.
사랑보다 돈이 더 중요한 그녀에게도 진정한 사랑이 찾아온다. 우연히 만난 말 더듬는 청년 콴(원경천)을 통해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고 결국 돈보다 위대한 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느낀다.
두 번째 이야기는 일일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막장’의 소지가 있는 삼각관계. 니(곽채결)와 리이지아(천이한)는 둘도 없는 친한 친구다. 니에게는 사랑하는 남자친구 카이(펑위옌)가 있는데 한순간의 실수로 이들 셋의 관계가 얽혀버린다. 리이지아가 카이의 아이를 임신했기 때문.
친구와 연인 두 사람에게 배신당한 니는 혼란에 빠지지만 카이는 한순간의 실수였다며 여전히 니를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둘 사이의 불청객이 된 리이지아는 아이를 지우려고 하지만 결국 그러지 못하고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다.
리이지아야 어떻든, 니를 잃을 수 없는 카이는 온갖 방법으로 니의 마음을 돌려놓으려 한다. 심지어 배설물이 가득히 쌓인 하수구에 빠지며 사랑을 증명해 보이기도. 답이 없어 보이는 세 사람의 위태로운 사랑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해피엔딩을 찾아간다.
세 번째 이야기는 백마탄 왕자와 싱글맘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이야기다. 결혼에 관해 냉소적인 CEO 마크(조우정)는 우연히 홀로 아이를 키우며 씩씩하게 살아가는 싱글맘 샤오예(조미)를 만난다.
첫 만남에서부터 경찰서에 가고 끝없이 티격태격하는 앙숙 사이지만, 아빠 없이 자란 마크는 샤오예의 아들에게 동질감을 느끼며 샤오예에 대한 차가웠던 마음도 서서히 따뜻해진다.
주인공들은 각자 가진 깊은 상처로 온전한 사랑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조이 팡은 돈 때문에 함께 사는 콴의 외도도 눈을 감아야 하고 니는 자신이 너무 까칠하고 차가워서 카이가 리이지아와 하룻밤을 함께 한 것이라며 자책한다. 반면 리이지아는 뛰어난 것 없이 너무 평범해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여자라고 생각한다.
또 냉소적인 CEO 마크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은 상처에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려 하지 않는다. 그 사람을 잃었을 때의 슬픔이 얼마나 큰지, 다신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두려움을 떨치고 용기를 냈을 때 비로소 이들은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된다. 영화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사랑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조금만 더 힘을 내라고 말한다.
유승택 감독은 “사람들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모른다. 진정한 사랑은 다른 이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이 메시지를 영화를 통해 세상 모두와 나누고 싶다”는 작품 의도를 밝힌 바 있다.
‘러브’는 지난 2월 대만에서 개봉된 이후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며 제62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로 국내 개봉은 8월 9일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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