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너희가 한국 선수들 대신 입대해”… 日, 한일전 패배로 ‘쇼크’

[2012 런던올림픽] “너희가 한국 선수들 대신 입대해”… 日, 한일전 패배로 ‘쇼크’

기사승인 2012-08-11 14:30:01

[쿠키 스포츠] “너희가 한국 선수들을 대신해 한국군으로 입대하라. 돌아오지 마라.”

일본 열도가 충격에 휩싸였다. 11일 영국 웨일스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이 한국에 0대 2로 완패한 소식을 접한 일본 여론은 아침 한때 침묵을 지키다 오후 들어 참았던 분통을 터뜨리며 자국 선수들에게 십자포화를 가했다.

이날 오후 1시 현재 일본 포털 사이트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는 일본 남자 올림픽 축구대표팀을 향한 비난과 조롱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 시작 전인 이날 새벽까지만 해도 한국 대표팀을 한수 아래로 얕잡아보며 승리를 확신한 일본 네티즌들은 심판의 경기 종료 호각이 울리자 순식간에 돌변하며 패배를 인정했다.

이들은 “한국이 강했다. 심판의 오심 등 외부 요인 없이 실력으로 졌다”거나 “한국 선수들의 과격한 행동을 걱정했지만 정작 과격하게 행동한 쪽은 일본 선수들이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더 이상 한국 선수들을 향한 조롱은 없었다. 자국 선수들에 대한 냉정한 비판이 대부분이었다. 일부 과격한 반응도 있었으나 이들 대부분은 아침까지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경기 결과를 아침 뉴스 등을 통해 뒤늦게 접한 일본 네티즌들이 하나둘씩 포털 사이트와 SNS로 모이면서 분노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일본 야후(yahoo.co.jp)와 2채널(2ch.net) 등 현지 대형 포털 사이트 네티즌들은 자국 선수들에게 “조별리그 첫 판에서 스페인을 이긴 건 심판의 오심 덕”이라거나 “너희가 한국 선수들을 대신해 한국군으로 입대하라. 가능하면 돌아오지 마라”며 노골적 비난을 퍼부었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런던으로 떠나는 항공기에서 이코노미석을 이용하고 은메달을 차지한 여자 축구대표팀과 다르게 남자 축구대표팀은 비즈니스석에 탑승하고도 메달 없이 돌아온다는 점 역시 비난 여론을 가열했다. 한 일본 네티즌은 “항공료도 아깝다. 걸어서 유라시아대륙을 가로질러 귀국하라”며 조롱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본선에서 치러진 일본과의 이날 대결에서 전반 38분 박주영(아스날)의 선제 결승골과 후반 12분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추가골로 2대 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사상 처음이자 아시아 팀 사상 두 번째로 올림픽 메달을 차지했다. 아시아 첫 번째 올림픽 메달은 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 일본이 차지한 동메달이다.

대표팀 선수 18명은 이번 동메달로 병역 혜택과 더불어 대한축구협회로부터 모두 15억2000만원의 포상금을 받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축하의 글을 작성하는 등 우리나라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쏟아져 일본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일본에서는 마녀사냥도 시작됐다. 표적은 이번 경기를 중계한 일본 텔레비전 방송사 TBS다. 파라과이와의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전(승부차기 패)과 북한과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전(0-1 패), 멕시코와의 런던올림픽 4강전(1-3 패) 등 일본 축구가 패배한 경기를 대부분 중계한 TBS는 이번 한일전까지 중계하며 ‘저주의 TBS’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일본 네티즌들은 “TBS가 중요한 경기에서 스스로 중계방송을 포기했어야 했다”거나 “런던에서 스태프를 철수하라”고 항의했다. 일각에서 TBS 시청거부 운동 조짐까지 나타나는 등 한일전 패배에 따른 일본 내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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