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하나만 딱 걸려라”… 근로복지공단 ‘몰카’ 촬영 논란

“장애인, 하나만 딱 걸려라”… 근로복지공단 ‘몰카’ 촬영 논란

기사승인 2012-08-28 17:10:01

[쿠키 사회] 근로복지공단이 소송 중인 상대의 일상 모습을 ‘몰카(몰래카메라)’ 촬영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같은 행위는 보험회사가 소송의 증거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불법행위’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고, 민간 보험회사도 아닌 공공기관에서 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2002년 근무 중 ‘제5중족골 골절’을 입게 된 오모(52)씨는 2009년 5월 31일 치료 종결된 후 같은 해 7월 21일 근로복지공단에 장해보상을 청구했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일반적인 노동능력은 있으나 심한 동통 때문에 때로는 노동에 지장이 있는 사람’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최종적으로 장해등급 제12급 처분을 내렸다.

이에 오 씨는 ‘장해등급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당시 재판부는 ‘원고의 (다리 상태 등의) 상태를 종합하면 결국 장해등급은 최소한 제5급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문제는 근로복지공단이 항소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원고 측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은 항소심 첫 변론기일인 올해 5월30일 ‘원고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라면서 CD를 증거로 제출했고, 이 CD안에 한 남성이 아파트 단지에서 지팡이를 짚고 여자아이를 차량에 태우고 내리는 장면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해당 동영상을 보면 카메라가 지속적으로 오 씨를 따라가고 있어 의도적으로 몰래 찍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

오 씨는 “몰카를 촬영했다는 자체도 경악스러운데다 해당 영상은 최근도 아니고 3년 전에 신경시술을 받으면 15일 정도 통증이 완화돼 지팡이에 의존해 걸을 수 있었던 시절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오 씨에 따르면 현재 자신은 상태가 더욱 악화돼 휠체어에 의존하고 있으며, 신경시술을 받아도 통증만 다소 완화될 뿐 걸을 수는 없다.

이런 행위와 관련돼 과거 대법원은 ‘불법행위’라는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지난 2006년 대법원 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교통사고 후 상대측 보험사 직원들로부터 집과 회사 주변에서 몰래 사진을 찍힌 방모(43)씨 가족이 S보험사 등을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개된 장소에서 민사소송의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사진을 찍었더라도 초상권 및 사생활 자유의 보호 영역을 침범한 불법 행위”라며 “부당한 손해배상청구 행위를 밝혀내려는 보험사측의 이익이 방씨 등의 인격적 이익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 타인의 법 영역을 무단으로 침범해 증거를 수집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현재 오 씨 측은 항소심 재판부에 이 동영상의 촬영자, 촬영일자, 촬영장소 등을 밝혀달라는 구석명신청서를 제출해놓은 상황이다. 이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측은 이 동영상에 대해 첫 변론기일 당시 CCTV로 촬영된 것을 입수한 것이라고 했다가 올해 6월 20일에는 ‘직원이 우연히 촬영한 것’이라고 진술을 바꿨다.

민주통합당 은수미 의원실 측은 “해당 행위는 헌법 제17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향유할 권리를 침해하였을 뿐 아니라,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국정감사 등을 통해서 근로복지공단의 이런 헌법상의 기본권과 법을 위반한 반인권적 행위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동영상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입장과 설명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이 소송 담당자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구체적인 대화를 거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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