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중한 책임감이 강도 높은 스트레스로… 치료 어려워
[쿠키 건강] ‘이명(耳鳴)’으로 고생하는 조직 내 리더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명이란 외부에서의 자극이 없는 데도 매미소리, 기적소리, 고주파음 등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증상이다. 일시적 현상일 수 있지만 심하면 업무는 물론 대화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에 이른다.
또한 이명은 달팽이관의 청각세포 이상으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인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열이 발생하는데, 상승하는 성질의 ‘열’이 혈관의 압력을 높여 혈류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에 결국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달팽이관의 청각세포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이명’은 수년 전만 해도 무척 생소한 질환이었다. 그저 난청과 함께 늙어서 생기는 노화병 수준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이명에 걸렸다고 떳떳하게 말하기도 어려웠다. 괜히 말했다가 쓸모없는 뒷방 늙은이처럼 보일까봐서다.
그러나 의료인들은 이는 잘못된 선입견이라고 입을 모은다. 변재석 마포소리청한의원 원장은 “최근에는 과거와 달리 30~40대 젊은 이명환자들도 많다. 모두가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다보니 스트레스 강도가 과거와 달리 월등히 세진 것이 문제”라면서 “이명은 단순히 노화병이 아니라 스트레스질환이며 따뜻한 관심을 가져줘야 할 질환”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리더들의 ‘이명’은 책임감이 더 막중해진 반면 스트레스를 풀어낼 돌파구는 더 적어진 사회구조와 더불어 회사로부터 직원들과의 소통을 요구당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속사정은 감춰야만 하는 불합리한 직장구조 속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
이는 리더들의 이명이 치료가 까다로운 이유기도 하다. 변재석 원장은 “실제 임상경험상 일반 직원들보다 리더들의 ‘이명’이 훨씬 더 치료하기 어렵다. 아마도 스트레스 강도가 더 크기 때문이 아닌가 추정한다”며 “이들은 적외선체열진단에서도 대부분 머리에 열이 많아 해당부위가 붉게 표시되는 ‘상열허한형’ 혹은 ‘상열형’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2011년 미국 프린스턴대 제니 알트만(Altmann) 교수 연구진에 따르면 인간의 유전자 구조와 사회시스템이 흡사한 개코원숭이 무리를 9년간 연구한 결과 이 중 서열이 가장 높은 우두머리 원숭이의 스트레스수치가 다른 원숭이에 비해 최고조에 달하며 생명까지 위협할 수준으로 밝혀졌다. 또 세계유명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는 CEO의 80% 이상이 경조증(조증보다 약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만약 당신의 리더가 귀가 먹먹하고 윙~소리가 난다고 하거나 자꾸 어깨와 뒷목이 뻣뻣해진다고 하면 지체하지 말고 ‘이명’을 의심해보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러나 이명에 좋다는 ‘~카더라’ 처방을 리더에게 알려준다거나 선물하는 잘못된 아부는 지양해야 한다. 아무 효과가 없거나 더 심해져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