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지난 12일 북한 어선이 7척씩 두 번 NLL을 넘어왔을 때 ‘단순 침범’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꽃게철을 맞아 위성항법장치(GPS)를 장착하지 않은 북한 어선들이 조업에 열중하다 NLL을 넘었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었다. 그러나 이후 열흘도 안 되는 짧은 시기에 수십 차례 월선이 이뤄지자 ‘고의적인 침범’이라고 결론 내렸다.
더욱이 북한 어선들은 우리 해군 고속정이 여러 차례 경고통신을 보냈음에도 짧게는 수분, 길게는 수시간 동안 버티다가 퇴각하는 것도 이전과는 다른 행태다. 북한 어선들은 그간 북측 연안에서 주로 조업해 왔으며 NLL을 넘었을 때 경고통신이 나오면 재빨리 되돌아갔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예전과 다른 반복적인 월선 행태가 도발을 위한 명분쌓기용일 개연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잦은 북한 어선의 월선을 참다못한 우리 해군이 나포를 시도하거나 경고사격을 할 경우 이를 빌미로 도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북한은 해안포의 포구를 열어놓지 않았지만 앞서 다른 날 어선이 월선할 때 포구를 개방했던 것은 도발 상황을 염두에 뒀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해군이 나포 등에 나섰을 때 즉각 포격할 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북한은 백령도와 연평도 북쪽 서해안에 사거리 12㎞의 76.2㎜ 해안포를, 내륙지역에는 사거리 20㎞의 122㎜ 방사포를 밀집 배치해 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월선을 ‘저강도 도발’을 통해 대선 정국에 북한 변수를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고 본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김진무 박사는 “어선은 사실상 북한군이 운용하는 함선으로 봐야 한다”며 “수일간 수십 차례 월선한 것은 상부 지시에 따른 조직적인 행태”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으며 북한에 대해 유연성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심각한 경제난으로 외화벌이 수단인 꽃게잡이에 과도하게 욕심을 내 넘어온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