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올해로 49돌을 맞는 대종상이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새 출발을 알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종상. 돌이켜보면 투명성과 공정성을 앞세운 개혁을 꾸준히 시도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오명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영화제라는 명분만 유지하고 있을 뿐 ‘대종상’에 대한 불신은 크다.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받고 강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돼 있다. 심지어 영화계, 학계, 언론계에서도 더 이상 대종상에 대한 기대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대종상이 뭇매를 맞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부적절한 심사과정을 거쳐 상을 받게 됐다는 1996년 김호선 감독의 ‘애니 깽’이나 2001년 한지승 감독의 ‘하루’ 등은 대종상의 불명예를 상징하는 대표적 사건이다.
이외에도 영화제 운영과정에서의 심사부정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영화 ‘해운대’와 ‘내사랑 내곁에’의 주연 하지원은 여우주연상 후보에서 탈락, 그러나 당시 개봉도 하지 않았던 영화 ‘하늘과 바다’의 장나라가 후보에 오르면서 영화제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당시 영화제는 하지원이 두 작품에 출연해 표가 엇갈렸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런 비난 속에서 대종상은 나름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나눠먹기 수상, 로비 의혹 등을 잠재우기 위해 영화제의 진행과정을 회계법인에 넘겨 감사를 받기도 했고, 심사위원 선정과정을 변경해 투명성을 확보하려 했다. 그럼에도 보여주기식 변화라는 평을 받았을 뿐 추락한 대종상은 날개를 달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에는 영화제 운영을 두고 내부의 이권 다툼까지 벌어지는 꼴불견을 보였다. 회장에 당선된 정인엽 감독에 대한 내부의 불신도 상당했다. 촬영, 조명감독협회는 지난 2월 공동성명을 통해 정인엽 회장의 사퇴를 강력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잡음이 끊이지 않던 대종상은 다양한 변화책을 내놓았다. 올해부터는 사단법인화를 통해 여타기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겠다는 각오다. 또 정인엽 전임 위원장은 부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김덕룡 전 국회의원이 집행위원장에 나섰다.
정인엽 부이사장은 “대종상은 그간 여러 가지 환경적으로 미약한 부분이 있었다. 한국영화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대종상이 달라져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고 그 일환으로 법인화를 하게 됐다. 전체 환경이 좋아지고 국제브랜드로 나아갈 수 있는 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영화계 한 관계자는 “대종상을 살리기 위해서는 사단법인 된 것이 좋다. 하지만 개혁 없이 사단법인만 해 놓는다면 오히려 더 큰 불행을 낳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끊임없이 지적돼 온 심사과정의 투명성, 정체성, 주관단체 선정 등에 대해 권동선 조직위원장은 “누가 봐도 신뢰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한 가지 예를 든다면 시청 앞 전야제 행사를 KBS 미디어와 함께 공개 입찰한 것이다. 심사 역시 올해는 일반 심사위원 전부를 인터넷을 통해 접수받았다. 200명 정도가 신청했고 감독협회에 의뢰해 50명 정도로 압축해 선정하는 공정성을 기했다”고 자신 있게 설명했다.
보여주기 식의 개혁이 아닌, 영화제의 권위를 살리기 위한 진정성 있는 변화를 통해 대종상이 영화인들의 진정한 축제로 환골탈태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제49회 대종상영화제에는 41편의 영화가 출품됐다. 50인의 일반 심사위원단과 15인의 전문 심사위원단이 참여하며, 오는 10월 30일 KBS홀에서 본상 19개 부문 수상작이 발표된다. 홍보대사로는 배우 주상욱과 박신혜가 활약할 예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