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클로즈무비] ‘남영동1985’ 고문장면, 어떻게 탄생했나?

[Ki-Z 클로즈무비] ‘남영동1985’ 고문장면, 어떻게 탄생했나?

기사승인 2012-10-20 13:01:01

[쿠키 영화]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정지영 감독의 신작 ‘남영동 1985’는 개봉 하기도 전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일부에서는 정치적 영화를 대선 전 목적성을 띄고 상영하려 한다고 말하지만, 이 영화는 정치적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말을 건넨다.

‘남영동 1985’는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민주화 운동 시절 당했던 고문을 다룬다. 김 전 고문은 민청련 사건으로 1985년 9월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가 22일 동안 참혹한 고문을 당했고, 영화는 김 상임고문이 쓴 수기 ‘남영동’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영화는 김 전 상임고문의 일대기보다는 그가 당했던 고문에 집중한다. 총 110분의 러닝타임 중 80~90%가 고문 장면이다. 고문 기술자(이경영)는 체계적으로 ‘죽기 직전’까지 고문을 자행한다. 칠성판이라는 고문 기구에 사람을 눕혀놓고 물고문, 전기고문 등이 이어진다.

영화가 보여주려는 것이 끔찍한 고문이다보니, 고문 자체가 사실적이어야 했다. 배우와 스태프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고문당하는 김종태 역의 박원상은 물론이고 고문을 자행하는 배우들까지 함께 고통을 나눴다.

제작진은 배우들이 상해를 입지 않도록 철저한 안전장치를 준비했지만 그럼에도 어느 정도는 실제 고문을 해야 했기에 현장에는 늘 긴장이 흘렀다. 자칫했다가는 고문을 당하는 박원상에게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물고문 장면은 가장 참기 힘든 고역이었다. 코에 계속해서 센 줄기의 물을 집어넣는 신. 모든 고문은 박원상이 참을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것이었고, 그는 죽을힘을 다해 견뎌냈다. 어릴 적부터 물 공포증이 있어 수영도 하지 못했던 그는 물고문 촬영을 마친 후 물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얇은 가제 수건만 쓰고 그 위에 물을 들이붓고 고춧가루를 뿌리는 고문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눈을 질끈 감아버리게 만들 정도로 잔인하다. 이 장면은 어떻게 촬영됐을까.

박원상은 “아주 안 매운 고춧가루를 선별했고 일부 오미자 가루를 섞었다”면서 “우리끼리는 할리우드에서도 모르는 방법을 찾아냈다며 뿌듯해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노비의 몸을 타고났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체력이 좋아 촬영을 잘 버틸 수 있었다. 고문을 하는 사람, 당하는 사람 모두 힘든 작업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들의 노력은 영화에 고스란히 담겼고, 고문의 아픔은 관객에게 생생하게 전해진다.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함께 아프고 괴롭다.

정지영 감독은 “영화 속 묘사들이 실제 고문받았던 사람처럼 아프게 나올 수 있을지가 늘 고민이었다. 촬영을 마친 후에는 그런 감정들이 누적돼 너무 고통스러웠다. 영화 인생 30년 중 가장 힘들었던 작품이다”면서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함께 아파하고 힘들어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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