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영화 ‘터치’(감독 민병훈, 제작 민병훈 필름)는 바라보려 하지 않았던 세상의 아픔과 슬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정면으로 응시한 작품이다.
알고 있지만 내 일이 아니라며 외면하고 있던 것들. 아동 성폭력 문제와 알콜 중독, 의료 시스템 문제 등 사회의 여러 문제를 대놓고 드러내며 보는 이를 불편하게 하는 동시에, 행복의 진정한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영화는 가난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작은 행복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부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흐른다.
전 국가대표 사격 선수였지만 알콜 중독으로 모든 것을 잃고 중학교 사격 코치를 하고 있는 동식(유준상). 그의 아내 수원은 간병인 일을 하며 병원 몰래 돈을 받고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환자들을 무연고자로 속여 요양원에 입원시키는 일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격 코치 자리가 위태롭다는 사실을 알게 된 동식은 여 이사장과 술자리를 갖고, 이사장의 성적 요구를 받아들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음주운전을 하고 사격부 학생 채빈을 차로 치고 당황한 나머지 뺑소니친다.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원. 돈을 구하기 쉽지 않자 자신이 돌보는 환자의 성적요구를 들어주고 결국 그 일로인해 병원에서 쫓겨난다. 설상가상으로 딸 주미는 한 남학생에게 성추행 당한다.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 작은 행복을 위해 간절히 노력하지만 이들에게 평범한 삶은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주위에 있을 법한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들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세상에는 너무 많은 어두움의 가면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 인간이기에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극 중 인물들은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유독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그럼에도 나름의 방법으로 이겨내고 그 안에서 ‘희망’의 씨앗을 발견하는 모습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용기를 얻게 한다. 한편으로는 꼬이고 꼬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계속해서 힘든 상황에 처하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현재 자신의 삶에 작은 만족과 고마움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유준상과 김지영의 호연은 영화에 무게를 더한다. 김지영은 영화를 위해 10kg을 감량, 숏커트 헤어스타일로 변신했다. 스스로도 연기인생의 2막을 열어준 작품이라고 할 정도로 ‘터치’에서 김지영은 복잡 미묘한 주인공의 감정을 적절히 토해냈다. ‘국민남편’ 유준상은 반듯한 이미지를 벗고 자신을 절제하지 못해 파국으로 치닫는 인물을 연기했다.
민병훈 감독은 ‘터치’를 시작으로 ‘사랑이 이긴다’ ‘설계자’라는 제목으로 생명에 관한 3부작을 만들 예정이다. 오는 11월 8일 개봉 예정.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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