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최근 자신을 10대 소녀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의 글이 인터넷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한 '재능 나눔' 관련 인터넷 카페에 교복을 입고 있는 한 소녀의 사진과 함께 "돈이 급해서 고민 끝에 올린다"며 "혼자 밥 먹기 싫은 분들 있으면 같이 밥 먹어 드린다. 페이는 1만원 넘게 주시면 된다. 꼭 밥이 아니더라도 쇼핑이나 놀기도 해 드린다. 건전한 선 안에서"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만나는 건 위험하다' '위험하니까 이런 일 하지 마세요' 등 걱정의 댓글이 달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달 한 재능나눔 사이트에는 "5000원에 말동무나 애인대행을 해 드리겠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나이를 밝히진 않았지만 누가 봐도 10대였다. "귀여운 것 좋아하시는 남자분들은 많이 많이 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같은 사이트에 자신을 20대라고 밝힌 여성은 "데이트 재능 해 드린다. 하루 5만원이며 결제 즉시 실제 애인처럼 행동한다"며 1주일, 1개월, 1년 단위로 '구매 옵션'까지 달았다. 또 "남자끼리 노래방 가기 재미없으신 분들과 대신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불러주겠다"는 게시물도 있었다.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타인에게 도움도 주고 쉽게 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재능 나눔'에 일부 비뚤어진 행각이 나타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재능'이라고 말하기 무색하고 비상식적인 행위라 해도 타인에게 현재 필요한 것만 해주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심리에서 나오는 부작용인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재능 나눔'을 이른바 '애인 대행'으로 악용하는 경우다. 주로 여성에 의해 제안이 이뤄지는 애인 대행은 스스로를 성폭력의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경북 포항북부경찰서는 지난달 22일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50대 회사원 A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8월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의 단체 대화방에 접속해 10대 여학생들에게 "키스 알바(아르바이트)를 하면 10만원을 주겠다"는 내용의 무작위 채팅문자를 전송했고, 호기심을 느낀 10대 초·중학교 여학생 5명 중 1명을 자신의 차량으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 또 나머지 여학생 4명에게는 "알몸사진을 전송하지 않으면 인터넷에 얼굴사진을 공개한다"는 협박까지 했다.
재능 나눔을 위한 곳이 '비상식적인 거래'의 장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있다.
31일 밤 한 관련 카페에는 여성으로 보이는 한 네티즌이 "돈이 급하다. (입던) 스타킹을 장당 5000원에 판다. 조건만남이나 다른 알바는 안 한다"는 글을 올리며 버젓이 휴대전화 번호를 올렸고, 1일 새벽에는 다른 네티즌이 "여성이 입던 스타킹이나 팬티를 산다"는 글과 함께 자신의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 아이디를 올렸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렇게 부작용이 우려할만한 수준이 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 혹시나 생길지 모르는 불상사를 사전에 차단할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비상식적인 거래나 애인 대행 모두 '성매매'를 명시하거나 암시하는 내용이 없다면 규제할 근거가 없다. 또 당사자들끼리만 통하는 '은어'를 사용하면 사이트 측의 모니터링에서도 쉽게 벗어날 수 있다.
한 포털 관계자는 "성매매 목적임을 알 수 있는 글은 보이는 즉시 삭제하지만 단순히 '데이트 해 준다'라는 식으로만 쓴 글을 막 없앨 수도 없다" 며 "여기에 당사자끼리만 통하는 변형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아 모니터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