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지난 2010년 발생한 강남경찰서 강력1팀 고(故) 이용준(사진) 형사의 사망 사건이 갈수록 오리무중이다. ‘자살’로 종결한 경찰의 내사 결과에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고 반박해 온 유족은 이번엔 ‘자살도 아니고 타살도 아니다’라는 결과를 받아들어야 했다.
7일 이 형사의 유족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청주지방검찰청 영동지청은 유족 측에 ‘조사한 결과, 명백히 자살로 볼 증거가 없으며 살인 또는 타인의 관여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할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현재까지 조사된 내용만으로 사망경위를 밝히는 것에 한계가 있음이 명백하고 더 이상 수사할 내용도 없어 내사종결하였음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의 진정사건 처분결과통지를 보냈다.
즉, 자살이 아니라는 유족의 주장은 받아들여졌지만 사망 경위 역시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은 것이다. 만약 현재의 상황을 달리 볼 만한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 형사의 사망 경위는 ‘미제’로 남게 된다.
이 형사가 숨진 채 발견된 건 지난 2010년 7월 29일. 충북 영동군의 한 유료낚시터에서 시체가 떠올랐다. 경찰은 자살로 결론을 내리고 내사 종결했지만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유족 측은 이 형사의 마지막 행적을 쫓는 과정에서 미심쩍은 점이 발견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용준이는 무서워서 도망갔다” 이 사람은 누구?
이 형사가 숨진 채 발견되기 이틀 전인 27일 오전 이 형사는 부산으로 향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황간IC 부근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고, 충북 영동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돌연 병원을 빠져나갔다. 이 장면은 당시 병원 CCTV에도 잡혔다. 그리고 다음날인 28일 병원에 한 젊은 남성이 전화를 걸어와 “난 용준이 가족이다. 용준이는 괜찮다. 무서워서 도망갔다”는 애매한 말을 전한 채 끊었고, 그 다음날인 29일 시체로 발견됐다. 이 형사의 가족 중 이런 전화를 건 사람은 없었고, 누군지 밝혀지지 않았다.
갑자기 부산을 왜 갔나?
이 형사가 27일 부산을 향한 이유도 수수께끼다. 이 형사는 당일 새벽까지 부산 출신인 정보원 서모씨와 서울에서 술을 마셨고, 잠을 자다 경찰서에서 전화를 받고 급히 출근하던 상황이었다. 직장에서 전화까지 받고 지각을 걱정하며 부랴부랴 나간 사람이 갑자기 부산으로 내달린 것이다. 이 형사는 전날 차에 9만원이 넘게 주유를 해 놓았기 때문에 이미 부산에 갈 예정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형사의 아버지 이한주씨는 “아들은 평소 주유를 그렇게 넉넉하게 해 놓고 다니는 편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자신이 진행 중이었던 사건 수사 등과 관련된 것 아니겠냐는 추측만 강하게 들 뿐이다. 하지만 정보원 서씨는 “술자리에서 사건과 관련된 얘기 같은 건 없었다”고 밝혔다.
검은 차 한 대가 낚시터에 나타났다?
이한주씨는 이 형사의 외삼촌이 이 형사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28일 새벽 검은 차 한 대가 낚시터에 나타나 주변을 맴돌다 사라져 이상하다고 느꼈다. 여긴 워낙 외진 곳이라 낚시하러 오는 사람들 아니면 사람 올 일이 거의 없는 곳’이라는 낚시터 인근 주민의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주변에 CCTV가 없어 정확한 사실을 밝히지 못했다.
이한주씨는 “이번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 계속적인 수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래도 자살이 아니라는 것은 밝혀졌으니 힘들겠지만 수사와 관련된 공무 중 사망으로 보고 국가보훈처에 순직 공무원 신청이라도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