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지난 19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당선으로 막을 내린 제18대 대통령 선거 이후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중 하나인 트위터에서는 전(全) 야권 후보들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 감성의 멘션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적 성향이 강하다는 트위터에서 야권 후보의 패배에 대해 ‘심판론’이 이어졌다는 분석과 함께 ‘젊은 층의 온라인 정치게시판’ 역할을 해 온 트위터가 더 이상 예전처럼 진보성향 일색만은 아닐 것이라는 ‘트렌드 변화’의 움직임도 가능하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쿠키뉴스가 소셜여론분석서비스 펄스K에 의뢰해 ‘이정희’(통합진보당) 전 후보, ‘안철수’(무소속) 전 후보에 대한 호감도를 분석한 결과, 두 명 모두 대선 당일과 이후(20일, 21일) 부정적 감성의 트윗 멘션이 긍정적 감성의 멘션을 압도했다.
펄스K에 따르면 이 전 후보는 19일 긍정 멘션 684개, 중립 189개, 부정이 1349개였다. 다음날인 20일, 긍정 역시 711개로 소폭 상승했지만 부정(1664개)의 상승폭이 훨씬 컸다. 중립은 316개였다. 21일에는 언급 횟수 자체가 수직 하락하면서 긍정 180개, 중립 79개, 부정 484개를 보였다.
안 전 후보 역시 이 전 후보와 마찬가지로 대선 당일에서 다음날로 넘어가면서 긍정과 부정의 차이가 더욱 크게 벌어졌다. 안 전 후보의 경우 19일 긍정 1809개, 중립 440개, 부정 2171개였지만, 20일에는 긍정 2112개, 중립 838개, 부정 3356개로 긍정과 부정의 차가 1000개 이상 났다.
이에 따라 20~30대의 젊은 사용자가 많은 트위터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패배가 가져온 실망이 두 사람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이 전 후보가 대선 전 TV토론에 나와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러 나왔다”는 말을 할 정도로 박 후보만을 집중적으로 겨냥한 모습이, 정서적 요인이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내 선거문화에서 도리어 보수층 결집이라는 ‘부작용’을 가져왔다는 해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에 이 전 후보가 TV토론 발언 중 ‘남쪽 정부’라는 표현을 씀으로써 잠잠했던 ‘종북(從北) 논란’에 스스로 다시 불을 지폈고, 후보 사퇴 후 ‘27억 원 먹튀’ 논란에까지 휩싸인 것도 문재인 후보의 패배를 부추기고 박근혜 후보의 당선에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렇다 할 ‘책임론’이나 ‘심판론’이 거론되지 않고 있는 안 전 후보 역시 이 전 후보와 마찬가지로 부정적 멘션 상승의 흐름을 보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에 대해 펄스K 측은 “분석해 보면 ‘이정희’ ‘안철수’뿐만 아니라 ‘박근혜’ ‘문재인’의 경우에도 부정 멘션이 많이 나온다”면서 “이것은 결국 정치 관련 멘션들에 부정적 감성이 짙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이어 “최근 트위터를 보면 그 위력을 실감한 보수적 성향의 이용자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이전의 ‘진보 일색’이었던 SNS 공간이 진보와 보수의 ‘화력 싸움의 장’으로 변화해 가는 흐름이 감지된다”며 “화력 싸움은 멘션의 성격상 긍정적 어휘보다는 부정적 어휘가 많이 사용된다. 주요 대선 후보의 이름을 키워드로 감성 분석을 했을 때 부정 멘션이 많이 잡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라고 설명했다.
트위터가 더 이상 진보적 성향을 가진 유권자들만의 ‘놀이터’가 아니라는 의견은 최근 제기된 ‘십알단 의혹’ 등에 비쳐 봐도 설득력 있는 분석이다.
리트윗 횟수 상위 멘션들 역시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펄스K에 따르면 20일 리트윗 횟수 상위 멘션 5개 중 야권·진보성향 인사인 이외수 작가, 정청래 민주통합당 의원의 멘션이 각 1개, 보수 논객인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의 멘션이 나머지 3개를 차지했다.
펄스K 측은 “일반적으로 ‘공감’의 뜻으로 받아들여지는 리트윗의 경우 대선 전까지는 진보적 성향의 내용들이 상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보수 성향의 멘션들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그만큼 트위터에 보수적 성향의 이용자들이 많이 유입됐다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