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이름 홍성모(사진). 나이 34세. 해병대 제대. 그는 트위터에서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슈퍼맨’이다. 튼튼하고 강해서 슈퍼맨이 아니다. 보는 사람마다 “차라리 그때 죽었어야 한다”는, 너무도 ‘잔인한’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비참한 하루 하루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남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한다. 자신이 불행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세상을 원망하며 숨고 움츠려들지 않고 당당히 소통한다. 그런 그를 본 몇몇 사람들이 ‘슈퍼맨’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등록금 벌기 위해 뛰어든 건설현장 아르바이트
2003년 제대 후에 등록금을 벌기 위해 뛰어든 건설현장 아르바이트를 하다 ‘죽은 것이나 다름없이 살아있는’ 사람이 돼 버렸다. 3m 지붕 위에서 아래에 대기 중인 차량에 건축자재를 던지다 자재들과 함께 떨어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팔·다리는커녕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었고, 숨도 스스로 쉴 수 없었다. 1, 2번 경추골절, 좌측완관절골절, 경수부 척추손상 등. 한마디로 사지마비, 호흡부전마비가 됐다.
의사가 “죽는게 정상인데 너무 아파서 정신을 못 놓아 산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 그럼에도 그는 안경테 가운데 붙은 조그만 레이저마우스로 인터넷에서 알게 된 친구들과 소통했고, 누구보다 강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그에게도 이번 연말은 불안하고 무섭다. 남들은 한해를 정리하고 다음 해를 새롭게 맞이하는 희망찬 연말이지만 그는 인생의 마지막 연말이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여 매일을 산다.
어쩌면 내일 내 심장은…1년마다 바꿔줘야 하는 튜브, 5년을 버티다보니
홍성모는 인공호흡기계에 의지해 숨을 쉰다. 사고로 인해 자기 호흡 기능까지 마비돼 스스로는 숨을 쉴 수 없다. 여기에 기도가 눌러붙어버려 인공호흡기계와 심장을 연결해주는 튜브는 가슴을 절개해 수술로 연결해야 한다. 한마디로 기계·튜브가 제 기능을 못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는 죽는다.
살아가기 위해선 튜브를 1년에 한 번씩 교체해줘야 한다. 이물질 등으로 교체해주지 않으면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튜브 하나로 5년째 버텨오고 있다. 아니, 버틸 수 밖에 없었다. 최근에 목에서 피가 나오기 시작했다. 힘겹게 말은 하고 살아왔는데 더 이상 말도 안 나온다. 결국 튜브가 더 이상 버티지를 못하는 것 같다.
홍성모는 현재 튜브를 교체하는게 어찌보면 불가능하다. 집이 제주도인 그는 튜브 교체를 위한 수술을 받기 위해선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으로 가야 한다. 사지마비, 호흡부전마비인 그는 승용차나 기차로 이동할 수 없다.
비행기에 10개 가까운 좌석을 차지하거나 전용기를 임대하는게 그나마 방법이지만 어머니와 단 둘이 임대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는 홍성모에게 현실적으로 요원한 얘기다. 어마어마한 임대료에 같이 이동해야 하는 전문인력, 의료진 일당을 챙겨줘야 하고 여기에 수술비까지 수백만원이 소요된다.
수입이라곤 약 60만원의 정부지원금이 전부. 그 중 30만원이 아파트 임대료, 관리비 등으로 나가는 현실에서 신체적·경제적 장애물이 산처럼 버티고 있는 수술을 1년에 한 번씩 받기란 불가능한 것이다. 남들은 놀자고 하루에도 왔다갔다 거릴 수 있는 제주도와 서울. 그에겐 안 가면 언제 죽을지도 모름에도 못 가는 곳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최근 제주 지역의 병원을 찾았다. 자기들은 손을 댈 수 없다고 했다. 서울로 가라고 했다.
사연 듣고 찾아와…온정의 손길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데 인터넷으로만 전해진 사연만으로 그를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고마울뿐이다.
어디서 사연을 알게 됐는지 어느날 한 식품회사 대표와 ‘마루치’라는 무명의 힙합가수가 찾아왔다. 식품회사 대표는 사이트(
www.polarbear911.com/contents/911.php)를 따로 개설해 자사 김 판매 수익을 기부하겠다고 했다. 이에 홍성모는 기부금을 받게 되면 일부를 떼어내 백혈병소아암어린이 돕기 성금으로 내놓겠다는 뜻을 전했다.
마루치는 홍성모에 대한 노래(
www.youtube.com/watch?v=0xZXyc4wKR8)를 직접 만들어 음원 수익을 기부하겠다고 했다.
마루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부적절한 비교인건 알지만 저처럼 어렵게 음악하는 사람들이 가끔 정부에 하는 소리가 ‘우리 음악만 하고 살게 해 달라’에요. 그런데 홍성모씨를 보니까 ‘그래도 우린 하고 싶은 건 하고 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