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청력 상태에 맞춰 조절해서 써야= 나이가 들면서 청력이 떨어지는 현상인 노인성 난청은 귀뿐만 아니라 심신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귀가 잘 안 들리면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는데 이는 사회관계를 단절시켜 우울증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인지능력이 떨어져 치매의 위험도 높아진다.
노인성 난청에 도움이 되는 의료기기로 대표적인 것이 보청기다.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어르신 중 난청 환자는 약 2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비해 보청기 보급률은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200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청력에 문제가 있는 65세 이상인 사람들의 보청기 사용률은 불과 8.3%에 그쳤다.
이처럼 보청기 사용률이 낮은 데는 잘못 알려진 속설들도 한 몫 한다. 특히 보청기를 끼면 귀가 더 나빠진다는 속설이 대표적이다. 이는 전혀 근거가 없는 내용으로 보청기의 역할을 잘못 이해한 데서 빚어진 오해다. 오히려 보청기 착용이 늦어질수록 난청은 더욱 심해진다.
김희남 하나이비인후과병원 귀질환센터 박사는 “보청기는 청력을 좋아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난청의 정도에 따라 외부 소리를 증폭시켜 잘 들을 수 있게 해 주는 장비”라며 “난청인의 청력은 계속 변하므로 보청기를 착용한다고 해서 청력이 떨어지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난청 환자는 3~6개월마다 검진을 받고 자신의 청력 상태에 맞춰 보청기를 조절해야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다.
보청기를 착용해도 잘 들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보청기를 통해 들리는 소리는 이전에 듣던 소리와 다르게 들리는 것이 보통이며 처음 보청기를 착용하면 말소리보다 일상적인 잡음이 유난히 크게 들리는 경우도 있어 적응 훈련이 필수다. 적응기간은 최소 한 달 정도 걸리고 필요한 소리만 선택해서 들을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하려면 3개월 정도를 예상해야 한다. 보청기 착용 후 달라진 점에 대해 기록해두면 자신의 청력 상태에 맞게 보청기를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소 하루 8시간 이상은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임의 착용하면 남아 있는 청력 소실될 수 있어 주의= 잘못 알려진 속설 때문에 보청기 착용을 미루면 나중에는 보청기로도 청력 재활이 어려워지게 된다. 김희남 박사는 “난청 초기에는 정상 청력 수준의 어음인지도를 유지할 수 있지만 청력이 나빠진 채로 오랜 시간이 흐르면 뇌가 말소리를 잊어 말을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효과적으로 청력 재활을 하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대화가 불편해진다는 느낌을 받는 초기에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난청은 원인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지는데 노화나 소음 등에 의한 감각신경성 난청은 약물 등의 치료는 효과가 없어 보청기의 도움이 필요하다.
보청기는 난청의 정도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것으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난청의 유형을 고려하지 않고 보청기를 구입하면 남아있는 청력까지도 손실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가령 고주파 영역의 소리를 듣는 데 문제가 있는 노인이 모든 주파수를 증폭시키는 아날로그형 보청기를 사용하면 대화 소리는 들리지 않고 소음만 크게 들려 고막에 통증을 느끼게 된다.
보청기로도 소리를 잘 들을 수 없는 심한 난청 환자라면 인공와우 이식술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인공와우 이식술은 와우 이식기를 환자의 달팽이관에 이식하는 수술로, 인공와우에는 전극이 삽입돼 있어 인공와우를 달팽이관 내에 삽입하면 소리가 전극으로 전달되면서 청신경을 자극해 대뇌의 청각중추에서 소리를 인지하게 된다. 소리를 증폭시키는 보청기와는 다른 원리이기 때문에 보청기로 청각 재활이 어려운 환자라면 인공와우 이식을 통해 보다 성공적인 청각 재활을 기대할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