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필리핀 한인 납치사건’의 피해자 가족이 도움을 받지 못해 막막함을 느끼는 심정을 토로했다. 영사관, 경찰 등을 찾아 호소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기다려봐라”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는 힘빠지게 하는 답변뿐이었다.
지난 2010년 필리핀에서 실종된 윤철완씨의 여동생 경숙씨는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같은 사연을 털어놨다. 윤씨는 2010년 8월 필리핀에 혼자 여행을 떠났다가 “지갑을 분실했으니 집에 있는 카드를 스캔해서 보내달라”는 전화를 걸어온 후 소식이 끊겼다. 이후 윤씨는 카드회사를 통해 3000만원을 대출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연락이 두절되자 윤씨의 가족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필리핀 영사관이었다.
경숙씨는 “필리핀 영사관에 전화를 하니 ‘도박이나 이런 것 때문에 돈이 없어서 못 올 수 있고, 아니면 너무 유흥에 빠져서 못 올 수도 있다. 기다려 봐라, 그런 사람들이 여기는 너무 많으니까 기다려 보면 나타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가족 입장에서는 ‘혹시나’하는 마음에 하루 하루가 지옥같은 심정일 것이 분명함에도 다시 나타난 사례가 많다는 이유로 예단해 버린 것이다.
가족들은 공군사관학교 출신의 예비역 장교인 윤씨가 그럴리 없다고 여기고 경찰서를 찾았다. 해외에서 실종된 사건을 동네 경찰서에 신고하는터라 직접적인 도움은 못 받는다해도 가족을 찾기 위해 최대한 빨리, 효과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도 알려주길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소관이 아니다’였다.
‘동네 경찰서라 이런건가’ 싶어서 이번엔 경찰청을 찾아갔다. 그런데 오히려 더 심했다.
경숙씨는 “그(경찰청) 문 앞에서 여기는 거기(해외서 일어난 사건) 소관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했다”며 “경찰청 안으로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숙씨는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에 가서 실종이 되거나 연락이 두절되면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게 되는건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경숙씨는 “위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자식 있을 것 아닌가. 본인 자식이 어디 나가서, 외국에 나가서 이런 상황이라면 그 분들은 정말 가만히 있으실 건지, 정말 그게 너무 너무 궁금하다”며 “다른 부탁은 안 한다. 제발 오빠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그것만이라도 좀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현재 이 사건의 용의자들은 검거된 상태다. 경찰청 외사수사과는 2007년 7월 9일 안양시 비산동 소재 환전소에서 여직원을 흉기로 살해하고 현금 1억원을 강취한 후 필리핀으로 도주한 최모씨와 김모씨 등 일당 3명을 이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하고 지난해 11월 태국에서 검거했다.
이로 인해 실종자들의 행적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김씨가 필리핀 감옥에서 자살해 버렸고, 김씨가 죽자 나머지 용의자들은 모든 혐의를 김씨에게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외교통상부는 3일 “용의자들을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필리핀과 태국 정부에 범죄인 인도요구 및 강제추방을 요청해 둔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윤씨뿐만 아니라 2011년 9월 필리핀으로 여행을 떠났던 홍석동씨도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홍씨의 부친인 봉의씨는 지난해 12월 3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