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올 들어 기록적인 한파가 이어지면서 예년에 비해 각종 질환 발병률이 현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여름 질병으로 인식되던 질환들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건강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건조한 날씨에 면역력 저하, 거기다 강추위로 인해 환기가 안 되는 실내에서 장시간 머무르는 생활환경이 신체 곳곳 질환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같은 질환은 단순히 면역력을 높인다고 해서 쉽게 낫지 않는 것이 특징으로, 미리 원인을 파악하고 조기에 예방하는 것이 큰 병을 키우지 않는 상책이다. 급격한 추위와 함께 찾아온 여름철 질환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이를 예방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본다.
◇보온성은 좋지만 꽉 끼는 레깅스, 스타킹 장시간 착용하면, ‘질염’ 발병률 높여=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강추위로 인해 맵시도 살리면서 보온성도 유지되는 레깅스와 스타킹이 여성들이 즐겨 찾는 패션 아이템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얇고 착용감이 좋은 내복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통풍이 잘 되지 않고 신체를 꽉 조이는 이 같은 패션 아이템을 장시간 착용할 경우 민감한 국소 부위의 습도를 높이고 여성 질환의 원인균을 증식시켜 각종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인 질환은 바로 질염이다. 질염은 여성 질 내부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균이 증식해 생기는 질환이다. 흔히 고온다습한 여름에 원인균이 쉽게 번식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레깅스, 스타킹, 스키니진과 통풍이 잘되지 않는 레이스 속옷을 입으면 겨울철에도 여전히 질염 발병률은 높아진다. 질 내부 세균이 빠른 속도로 증식하는 환경으로 변하면서 질 내 pH 균형이 무너져 질염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질 주위가 가렵고 따끔거리거나 질 분비물이 증가하고 배뇨 시 동통, 부종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면 질염의 확률이 높다.
김현영 산부인과 전문의는 “최근 질염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약 20% 가량 증가했다.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면서 통풍이 되지 않는 패션 아이템을 즐겨 입는 여성들이 늘어남에 따라 외음부 염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질염은 방치할 경우 증상 악화는 물론 다른 여성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질염 증상을 인지하고, 신체 변화에 관심을 가져 초기에 예방,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질염은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조기에 예방이 가능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스키니진이나 레깅스, 스타킹 등 꽉 조이고 통풍이 되지 않는 옷은 자제하고 속옷은 통기성이 좋은 면 제품을 이용한다.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외음부의 청결 유지도 중요하다. 알칼리성 비누는 질 내 산도 균형을 해칠 수 있으므로 사용을 자제하고, 향 위주의 화장품 세정제보다는 질 내 정상균 균형과 pH를 유지 및 보호하는 전문 여성세정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여름에만 있는 줄 알았던 식중독 ‘노로바이러스’, 한겨울에도 기승= 여름 하면 떠오르던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식중독’이다. 하지만 영하의 강추위 속에서 때 아닌 식중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노로바이러스의 월별 발생분율은 2월이 52.2%, 3월 45.5%, 11월 42.1% 순으로, 2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올해는 최근 4주간 바이러스 검출률이 42.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4년간의 평균 검출률보다 30.8%나 높은 수치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번식이 빠른 여름이 아닌 겨울철에 노로 바이러스가 증가하는 이유는 일반 세균과 달리 낮은 기온에서 활발하게 생장하며 적은 양으로도 발병이 가능한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로바이러스는 60도 이상의 온도에서 30분 이상 가열해도 죽지 않을 만큼 생존력이 강해 추운 날씨와 더해져 감염률이 높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설사와 구토, 발열증상 등이 나타나며 로타바이러스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구토와 두통은 심한데 반해 고열과 설사 증상은 약한 특징이 있다. 특히 연령에 제한을 두지 않아 성인도 걸릴 수 있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식품 섭취 후 24~48시간이 지나면 구토·설사·복통 등과 같은 식중독 증상을 일으키는 게 일반적이다.
겨울철 노로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굴 등 패류는 날로 섭취하지 말고 익혀먹고, 지하수는 반드시 끓여 먹으며, 음식물은 85℃에서 1분 이상 가열·조리해 섭취해야 한다. 또한 노로바이러스에 걸린 환자의 구토물과 물건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는 만큼 인파가 몰리는 곳은 출입을 삼가는 게 좋다. 실내 활동이 많은 만큼 청소 등 위생관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